[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카뱅’과 ‘배그’는 왜 지금 상장하나

입력 2020-09-28 10:46   수정 2020-09-28 10:48

≪이 기사는 09월28일(04:3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배틀그라운드’ 게임으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기업공개(IPO) 작업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지난 23일 카카오뱅크는 이사회를 열어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서기로 결의했고, 크래프톤도 최근 주관사 선정 작업을 개시했습니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그동안 누가, 언제 평가하느냐에 고무줄처럼 변해왔는데요. 적어도 각각 수조원대 이상으로 평가받는,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대어’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일찍이 IPO 주관 업무에 공을 들여왔지만 지난 수년 동안에는 진척을 보지 못했죠.

IPO 의향을 가지고 있었던 두 회사의 중요한 고민 중 하나는 ‘언제 상장해야 가장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가’였을 텐데요. 그런 관점에서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를 최적의 타이밍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인터넷과 게임 등 이른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의 이익 대비 기업가치가 급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과 8월 상장한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0% 폭등한 사례는 ‘지금’이라는 믿음을 더욱 굳어지게 했을 겁니다. 기업가치를 얼마로 평가하든 주식을 보유하려는 대기수요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까요. 선발사 임직원들이 상장 직후 수억, 수십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렸다는 소식도 마음을 조급하게 했을 것이고요.

그런데 기업이 선택한 훌륭한 IPO 시기가 거꾸로 투자자 관점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합니다. 그만큼 공모가가 비싸져 상장후 차익을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증권사 IPO 담당자들은 이런 상황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공모가에 거품이 껴 상장 후 수익이 적어지면, 청약 열기도 금세 식어버리는 광경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얼어붙으면 손실을 본 일반 청약자의 비난에 시달리거나, 대규모 수수료를 기대했던 ‘대어’가 상장을 미루는 일도 발생합니다. 시장이 달아오를 때까지 예비 상장기업들에 눈높이를 낮춰달라고 설득하는 일도 고단한 작업입니다.

지금은 아마도 이른바 ‘기술 낙관주의자’로도 불리는 투자자들이 이끄는 공모가의 고평가 싸이클로 여겨지는데요. 이들은 신기술이 머지않아 산업 전체를 장악할 것이란 기대감에 휩싸여 있는 듯합니다. 미 테슬라는 미래 자동차시장을 평정하고, 카카오뱅크가 한국 은행산업을 집어삼키는 일을 정해진 미래로 보는 것이죠. 낙관론이 팽배한 시기엔 ‘시장이 커질수록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해 생존 싸움에 들어간다’는 과거의 반복적인 경험도 종종 과소평가됩니다.

그동안 IPO 싸이클을 지켜본 바로는 호황과 불황이 짧게는 1년 이내에 뒤바뀌기도 합니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의 상장 시점은 절차상 내년 상반기가 유력해 보이는데요. 그때까지 기술주 팬들의 신념이 흔들리지 않도록 BBIG의 질주를 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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