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수사지휘권에 반발…'라임 지휘' 박순철 남부지검장 사의 표명

입력 2020-10-22 11:04   수정 2020-10-22 11:10


피해액 1조6000억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사태' 수사를 지휘해 온 박순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사법연수원 24기)이 22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란 제목의 2700자에 달하는 사의 표명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이(라임) 사건은 많은 사람에게 1조5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 사태와 관련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000억원대 횡령 사기 등 범죄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로비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인데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 전 회장의 두 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국민의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박 지검장은 지난 8월 11일 부임해 라임 수사팀인 형사 6부(부장검사 김락현)와 함께 라임 사건 수사를 지휘해 왔다.

그는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에 근거로 제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현직 검사와 야당 정치인의 비리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인 검사·야당정치인 비리에 대해 현직 검사 비리는 이번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자체가 없었다"며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는 지난 5월께 전임 서울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하여 검찰총장께 보고했고,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8월 31일에는 그동안 수사 상황이 신성식 신임 반부패부장(27기) 등 대검에 보고됐다"며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6일 김 전 회장은 옥중입장문을 통해 그가 현직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했고, 현 수사팀이 야권 정치인들의 비위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추 장관은 19일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라임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의 지휘를 배제했다.

남 지검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검찰청법 제9조의 입법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권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에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에게만 하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2005년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시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사퇴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며 "그때 평검사인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고, 이제 검사장으로서 그 당시 저의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남 지검장은 검찰 수사를 이용하는 정치권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의정부지검장 시절 윤 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 관련 사건을 처리했는데 처음에 야당에서 수사를 주장하자 여당에서 반대했다"며 "그 후에는 입장이 바뀌어 여당에서 수사를 주장하는데, 야당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이해관계자인의 고소나 진정은 없는데, 오히려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진정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의정부지검 수사팀은 정치적 고려없이 잔고증명서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선택해 기소했다"며 정치적 편향 없이 수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법(法)은 ‘물(水) 흐르듯이(去)’ 사물의 이치나 순리에 따르는 것으로 거역해서는 안된다. 검찰은 그렇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보여져야 한다"며 "그동안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오지 못했다. 검사장의 입장에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적었다. 이어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추어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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