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없어"…대놓고 감사원에 불복

입력 2020-10-22 17:29   수정 2020-10-23 01:04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산업부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을 압박했고, 이에 따라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지난 20일 감사원 감사 결과에 공식 불복한 것이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 도중 파일 444건을 삭제한 사건에 대해서는 “충격적인 일이고 유감이지만 산업부 차원의 조직적인 지시는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장관이 감사원의 역할과 권위를 정면 부정하는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부처 관계자는 “장관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이렇게 대놓고 불복하고 감사원을 부정하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장관이 책임 회피” 지적 나와
성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냈는데 인정하느냐”는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경제성 평가는 여러 방법과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적절한 절차와 규정, 행정지도에 의해 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또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고, 변수 선정 등에서 기술적 검토가 일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고 했다. 이는 “월성 1호기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 결론과 상반되는 인식이다. 성 장관에 앞서 산업부도 지난 20일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 공개 후 수용할 수 없다며 재심청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성 장관은 오후 이어진 국정감사에서 “감사원 결과를 부정하느냐”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는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산업부가 낸 여러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에서는 “성 장관이 책임 회피를 위해 동문서답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성 장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해서는 “결정에 문제가 없었고 재가동할 생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감사원의 지적은 경제성 평가에 국한된 것이고, 조기 폐쇄 결정 자체는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문재인 대통령 의중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냐는 질문에는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 국무회의 등 프로세스를 거쳐 이뤄졌다”고 답했다.

성 장관은 산업부 공무원이 감사 도중 관련 자료를 대거 삭제한 일과 관련해선 “스스로 한 행동일 뿐 산업부 차원에서 지시한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말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자료를 삭제했다고 보기 어렵다”(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는 질문에는 격앙된 목소리로 “어떻게 그런 일을 정부가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충격적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산업부가 문서 폐기를 ‘적극행정 면책’ 대상으로 신청했다는 지적에는 “문서 폐기가 적극행정은 아니고,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이 적극행정이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국기문란” “정치감사” 여야 난타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에 국한된 문제를 탈원전 정책으로 정쟁화해서는 안 된다고 나섰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번 감사와 탈원전 정책의 연관성은 없다”며 “월성 1호기 감사도 경제성 이외 요소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기 폐쇄 자체가 부당하다고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감사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감사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는 수많은 언론 보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도 “애초 여당이 야당 말을 받아들여줘 감사 요청을 한 것 자체가 아쉽다”고 했다.

고성과 막말도 오갔다. 야당 의원들이 “국기 문란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산업부 장관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엎드렸다”(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등 거세게 정부를 비판하자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유감을 밝힌 게 발단이었다. 언쟁이 격화되면서 “어디서 끼어들어”(송갑석 의원) “어디서 삿대질이야. 한 대 치겠습니다”(김정재 의원) 등의 발언도 나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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