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다시 존중받는 미국 만들겠다"…글로벌 리더십 회복 의지

입력 2020-11-08 17:37   수정 2021-02-06 00:03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주)와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주)가 아닌, 오직 유나이티드 스테이트(미국)만 보는 대통령이 되겠다.”

7일(현지시간) 밤 9시 무렵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 밖 야외무대. 조 바이든 46대 미 대통령 당선인은 15분가량의 승리 연설 대부분을 “분열이 아닌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기 하강,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이어 대선 과정에서 증폭된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 치유를 최대 과제로 내세운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소개로 연단에 올랐다. 하늘색 넥타이에 검은색 마스크 차림으로 경쾌하게 뛰어나왔다. 하늘색 넥타이는 민주당 상징색인 푸른색을, 검은색 마스크는 인종차별 시위 과정에서 부각된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연상시켰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국민들은 우리에게 분명한 승리, 완전한 승리를 안겨줬다”며 승리 선언을 했다. 이어 “미국에서 (누군가를) 악마화하는 음울한 시대는 지금 여기에서 끝장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오늘 밤 실망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나 자신도 두 번 진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1998년과 2008년 대선에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을 뚫지 못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제 서로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자”며 “거친 말들을 뒤로 하고 열기를 낮추고 서로를 다시 바라보며 귀를 기울일 시간”이라고 했다. 또 “구조적인 인종차별주의 제거, 기후변화 통제, 품위 회복, 민주주의 수호, 공정한 기회 제공을 위한 전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전진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적으로 취급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성경은 수확할 시간, 씨를 뿌릴 시간, 치유할 시간이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준다”며 “지금은 치유할 시간”이라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자신을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이라고 하면서도 “미국 대통령으로서 통치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세계인을 향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선을 긋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늘밤 세계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영혼을 회복해야 한다”며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트럼프가 무너뜨린 동맹 질서을 복원하면서 국제무대에 복귀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힘의 본보기일 뿐만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써 주도할 것”이라며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발등의 불인 코로나19 대유행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 대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구체적으로 9일 코로나19에 대처할 과학자와 전문가 그룹을 임명하겠다며 코로나19와 싸우지 않고는 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다고 했다. 더 강력한 방역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끝으로 어렸을 때 자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신념을 갖고 신념을 퍼뜨리라”고 했다며 연설을 맺었다. 연설이 끝난 뒤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가족,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가족이 무대에 올라와 기쁨을 나눴다. 이날 흘러나온 음악 중엔 2015년 뇌암으로 숨진 바이든 당선인의 장남 보가 생전에 좋아했던 밴드 콜드플레이의 ‘별이 가득한 하늘’이 포함됐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는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고, 전광판에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46(46대 대통령을 의미)’이란 글자가 켜졌다. 무대 옆 대형 스크린에는 ‘국민은 열정, 희망, 과학, 진실, 통합을 선택했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바이든이 이날 승리 연설을 했지만 정권 인수 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승복을 거부한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인수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CNN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며칠 사이 바이든 당선인을 백악관에 초대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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