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본사직원의 편의점주 강제추행…추측으로 '무죄' 판단 안 돼"

입력 2020-11-16 09:01   수정 2020-11-16 15:35

‘피해자다움’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추가 증거조사 없이 강제추행 유죄 판결을 무죄로 뒤집어선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편의점 점주를 강제로 추행한 본사 개발팀 직원에게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16일 밝혔다.

편의점 개발팀에 근무하는 A씨는 2017년 4월 B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을 찾아갔다. A씨는 B씨에게 업무 관련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오른손으로 B씨의 머리를 만지고, B씨를 의자에 앉힌 뒤 움직이지 못하게 뒤에서 껴안고 얼굴에 입맞춤을 하는 등 강제 추행을 했다.

1심은 피고인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 사이에 잦은 통화·문자기록이 있지만 업무상 연락이 대부분이었며 그 둘은 사귀는 관계가 아니었다"며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신빙성이 있고, 폐쇄회로TV(CCTV) 증거 영상과도 부합한다"며 A씨가 강제 추행을 한 것이 맞다고 봤다. 또 사건이 벌어질 당시에 B씨가 신체접촉에 대해 분명히 거부하는 반응을 보이거나 피하는 태도를 취했다는 점도 강제 추행의 근거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CCTV 영상에서 B씨가 A씨의 신체접촉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는 하나 종종 웃는 모습을 보이고, 이들 사이에서 추행을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갑을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B씨가 이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 뒤 법원에 협의 이혼 신청서를 제출하고 배우자와 이혼한 것도 A씨의 무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생 당일 B씨의 배우자가 집에서 CCTV를 보다가 A씨와 B씨의 접촉사실을 보고 즉시 점포로 찾아왔다"며 "B씨가 배우자로부터 외도를 의심받고 있었던 상황으로 보이는 만큼, 그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자신의 책임을 덜고자 A씨와의 신체 접촉을 강제추행으로 신고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에서 판단은 다시 뒤집어졌다. 2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대법은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막연한 추측만으로 1심의 판단을 뒤집을 수 없다"고 했다. 또 "피해자 B씨의 진술은 일관적인데 비해 피고인 A씨의 진술은 계속 바뀌어서 신빙성이 없다"며 "B씨는 이 사건이 기소되기 전에 이혼신고를 마쳤기 때문에, 이혼 과정에서 이 사건을 앞세워 책임을 덜거나 유리한 지위를 얻었다는 사정 또한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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