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정위 전속고발권, 현행 유지돼야

입력 2020-11-15 18:27   수정 2020-11-16 00:44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수 침체는 물론 수출길마저 막혀 버린 상황에서 언제쯤 우리 경제에 활력이 다시 불어넣어질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중소기업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또 하나의 위협 요소가 바로 경성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추진이다.

전속고발권 제도는 기업의 담합 행위 그 자체의 위법성 판단과 더불어 경쟁제한성 분석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공정위가 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해 과징금 등의 행정벌을 부과함과 더불어 고발을 통한 형사처벌까지 필요할지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제도의 취지에는 과거 헌법재판소에서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으나 소극적인 고발,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고발 등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경성담합에 대해 공정위뿐만 아니라 누구나 검찰에 직접 고발이 가능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소극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이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달청장, 감사원장에게 의무고발요청권을 부여해 공정위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 기관에서도 고발 여부를 추가 검토하고 있고, 최근에는 공정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적극 고발하고 있는 등 제도가 적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6년 57건, 2017년 67건, 2018년 84건 등 점차 증가하는 고발 건수만 보더라도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의 권한 독점에 대한 우려와 공정경제 구축을 위한 불공정 거래 행위 엄벌 요구 분위기 등을 이유로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속고발권 폐지 시 무분별한 고소·고발로 기업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는 경영계의 우려는 매한가지이나, 특히 중소기업은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법적 지식과 대응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경쟁 업체, 혹은 과거 다른 이유로 앙심을 품은 그 누군가의 고발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경영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경영자가 검찰에 출두해 조사받는 것 자체가 경영 환경에 치명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된다는 점에서 현장의 우려가 크다.

더구나 검찰의 담합 조사 때 기업 경영 관련 다른 사항에 대한 별건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위법성은 차치하더라도 조사하는 과정 자체가 중소기업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장지배력 차이가 큰 중소기업 담합과 대기업 담합에 대해 동일하게 사법적 제재를 가하려는 것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대기업이 담합하는 것과 생존을 위한 중소기업의 공동 생산, 공동 판로 확보 등 공동 사업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고 검찰 고발을 통해 징역과 벌금에 처하는 것은 과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검찰 고발에 앞서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통해 영향이 작은 경우 공정위가 시정명령, 과징금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제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취지의 선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적인 여건과 우려되는 부작용을 생각하면 그 결과까지 선할지는 알 수 없다. 중소기업계 현장에서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대기업에 대해 일정 기간 시험 운영해 영향과 성과를 판단한 뒤 중소기업에 적용해도 늦지 않다. 환자가 살아야 병도 고칠 수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을 일단 살려놓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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