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GS "이러다 네이버·쿠팡에 다 죽어…1등 플랫폼 만들자"

입력 2020-11-16 17:21   수정 2020-11-17 07:44

SK텔레콤이 16일 아마존과의 제휴를 공식화했다. 자회사인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11번가를 앞으로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 10일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내년 7월 합병 방침을 밝혔고, 이마트도 SSG닷컴과의 경영통합 방안을 내놓는 등 한 달 새 국내 유통업계에 굵직굵직한 합종연횡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제휴와 통합, 합병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같은 움직임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플랫폼’이다. 고객과 데이터를 머물게 하는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고는 어떤 유통업체든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채널통합과 디지털화가 변화의 흐름”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소비자가 롯데라는 플랫폼에서 머물게 만들어야 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온·오프라인 통합은 기본이고, 제조·유통·물류·콘텐츠·IT(정보기술)를 아우르는 85개 계열사의 유기적 통합을 플랫폼이라는 개념으로 압축한 것이다.

신 회장의 ‘비전’은 유통업의 근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엔 물건을 한데 모아 놓을 수 있는 유통업체가 힘을 가졌다. 백화점, 대형마트, TV홈쇼핑이 대표적이다. IT의 발전은 이 같은 흐름을 바꿔 놓고 있다. 사용자 혹은 소비자가 많이 몰리는 곳이 리테일산업을 쥐락펴락하기 시작했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제국’으로 불리는 기업들이 리테일산업의 지형을 바꿔 놓고 있다는 얘기다.

경쟁 공식이 바뀌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는 이미 쇼핑 아래에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 유통 채널을 한데 모아놨다”며 “조만간 시행할 연말 인사 및 M&A(인수합병)도 채널 간 통합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내년 7월 합병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편의점, 슈퍼, TV홈쇼핑, 모바일 쇼핑 등 여러 개로 흩어져 있던 ‘채널’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GS만의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이 편의점 1위인 리테일과 홈쇼핑 1위를 합병하겠다는 결정은 각사 임원들도 발표 당일까지 몰랐을 정도로 오너가(家)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변화의 물결이 쓰나미급으로 오고 있는 만큼 양사가 가장 잘나갈 때 통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외부 자금 수혈을 위해 SSG닷컴을 분사했음에도 지난 10월 인사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도록 한 것도 채널 통합이 대세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네이버·코로나發 쇼크가 불러온 변화
국내 유통 기업들이 채널 통합과 디지털화에 그 어느 때보다 잰걸음으로 나서는 배경엔 네이버·카카오·쿠팡발 충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적 쇼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 IT에서 출발한 기업들이 기존 유통산업의 판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고 있다. 네이버는 뉴스와 웹툰 등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쇼핑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쇼핑부문의 실적에 힘입어 △매출 1조3608억원(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 △영업이익 2917억원(1.8% 증가) △당기순이익 2353억원(176% 증가)의 실적을 내놨다. 네이버는 지난달엔 CJ와 지분 맞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 계획을 밝히며 쇼핑부문에서 약점으로 꼽혔던 물류 분야를 대폭 보강하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카카오 역시 쇼핑 부문의 호실적을 기반으로 3분기에 매출 1조원, 영업익 1000억원 돌파 기록을 세웠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올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매출과 영업익이 70~80%씩 곤두박질치는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체들은 채널통합이든, 빅데이터화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화 등 뭐든지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김기만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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