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사 받는 산업부 찾아가 격려한 총리, 매우 부적절하다

입력 2020-11-26 17:51   수정 2020-11-27 00:07

정세균 국무총리의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이 이어지고 있다. 정 총리는 25일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마음고생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움츠리지 말고 당당하게 전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산업부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관여하고 관련 자료를 대거 폐기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공직자들은 가급적 말을 아끼는 게 상례다. 고위 공직자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 총리는 원전 자료 은폐 혐의를 받는 담당 정부 부처인 산업부에 가서 “아주 힘든 일을 처리해서 수고가 많았다”고까지 했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일국의 총리가 피의자를 찾아가 힘내라고 격려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 총리는 “산업부가 원전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고 감사 방해 목적으로 자료를 삭제했다”는 지난달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명해왔다. 이를 토대로 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적극행정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가 문제라면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된다. 그런데 총리가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불만을 토로하고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만한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무책임한 일이다.

정 총리는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가족이나 측근이 수사를 받고 있으니 자숙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러더니 수사를 받고 있는 산업부에는 ‘기죽지 말고 버티라’는 식의 상반된 메시지를 전했다. 추 장관에 대해서도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냐”며 쓴소리를 하는 듯하더니 최근에는 “검찰개혁을 잘하고 제가 격려를 많이 하고 있다”며 두둔하고 나섰다.

정 총리가 “방역지침을 위반해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전파한 공무원을 문책하겠다”는 지침을 밝힌 데 대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이 많다. 감염경로가 다 밝혀지지도 않아 지침위반이나 전파 여부의 확인 자체가 어려운데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낙인찍기라는 것이다.

국무총리는 행정부의 2인자다. 언행에는 그에 걸맞은 신중함과 무게가 있어야 한다. 정파적 이해에 휩쓸려 불편부당함을 잃는다면 스스로의 권위를 갉아먹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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