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임대차법 수정 없는 대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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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30 01:41   수정 2020-11-30 01:43

[데스크 칼럼] 임대차법 수정 없는 대책이라니

그냥 가만히 놔두면 내릴 집값이었다. 세금 부담을 대폭 높인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상승론자들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3.3㎡당 1억원짜리 집을 가진 재력가라고 해도 1년에 억단위 보유세를 내면서 버티기는 힘들다. 대책 발표 후 “효과가 제한적일 것” “계속 버틸 것” 등의 반응도 나왔지만, 상당수 다주택자는 내심 ‘이제는 정리해야 할 때’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기준일인 내년 6월 1일까지….

사실 이번 정부가 그동안 20번 넘게 쏟아낸 대책을 보면 집값이 안 내린 게 신기한 일이다. 재건축은 엄청난 부담금(초과이익환수제)에 분양가까지 통제(분양가상한제)받아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강남 등 인기 지역 집 보유자는 세금 부담에 허리가 휘게 됐고, 담보와 신용대출 모두를 틀어막은 규제는 실수요까지 주저앉혔다. 한 부동산 전문가가 “세계적인 저금리와 유동성, 그리고 공급을 감소시키는 정부 규제가 기적 같은 집값 상승을 가져왔다”고 평가한 이유다.
전세 수요가 매수세로 전환
이런 상승장이 드디어 막을 내리려는 순간 정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 7월 말부터 시행된 새 임대차보호법이다. 세입자들의 고충을 덜어주겠다는 선의였지만, 처음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이 기존 임대차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전세 제도를 아예 소멸시킬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호소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전세 매물 품귀 등 우려는 점차 현실이 됐다. 전셋값 급등은 서울과 수도권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됐다. 전세 세입자들은 어떻게 보면 ‘집은 투자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이번 정부의 철학을 가장 잘 따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집값 상승에서 소외돼 ‘벼락 거지’가 됐다는 조롱을 받고 전세도 구할 수 없게 됐다. 물론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싼 가격에 전세를 연장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소수이고 시련이 잠시 연기된 것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들에게 다세대·연립(빌라) 공공임대를 권했다. 전세난 해법으로 내놓은 ‘11·19 대책’은 2년간 공공임대 11만4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세를 못 구한 세입자들이 원한 것은 공공임대 빌라가 아니었다. 이들은 노원, 도봉, 강북 등 서울 외곽지역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 매수를 선택했다.
'세금 폭탄'에도 집값 반등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매수세가 매매 시장에 유입됐다. 그 결과는 집값 상승. 전국 대부분 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부랴부랴 김포, 부산, 대구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지만 벌써부터 파주, 창원 등 인근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는 ‘상대 가격’이라는 말이 있다. 마포 집값이 얼마이면, 강남이 얼마는 돼야 한다는 일종의 ‘서열’이다. 외곽지역 집값이 오르면 도심 집값도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임대차와 매매 시장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높은 전세가격은 매매값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전세 수요가 속속 매매 수요로 전환되고 있으니, 이제 ‘세금 폭탄’에도 집값이 얼마나 내려갈지 모호해졌다. 이쯤 되니 정부가 정말 임대차법이 가져올 이런 파장을 예측하지 못했을까라는 의심이 든다. ‘정부는 집값이 내리길 절대 바라지 않는다’는 음모론이 이래서 나온다. 지금의 전세난을 잠재우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임대차법 수정뿐이다.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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