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퇴진을 앞두고 중동 각지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주요 산유국에선 석유시설 등을 겨냥한 무장세력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와 핵합의를 두고 대립해온 이란은 지난 27일 자국 핵 과학자가 피살된 이후 대미 강경파가 득세하는 분위기다.
2014~2015년 이라크 북부 상당 범위를 점령했던 IS는 미국 등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으로 세력이 크게 줄었으나 아직까지 이라크 곳곳에서 잠복식으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번 공격은 IS가 여전히 주요 에너지 시설 등을 공격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동에선 석유 관련 시설을 겨냥한 무장세력들의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5일엔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항구에서 유조선 한 척이 배후 미상의 기뢰 폭발 공격을 받았다. 지난 23일엔 친(親)이란 무장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주요 도시 제다에 있는 아람코 석유시설에 미사일을 쏴 화재가 발생했다.
이란 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그간 이란은 협상이 능사라 믿고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 비례적 대응을 잘 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파괴적 사고방식이 이 나라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앞서 핵 과학자 암살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월 퇴진 전까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을 각각 44%, 17%만큼 줄이겠다고 공언한 것도 중동 정세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크리스토퍼 밀러 미국 국방장관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 퇴진 닷새 전인 내년 1월15일까지 아프간에선 미군 2000명을, 이라크에선 500명을 감축하겠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군을 대거 빼면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겐 중동 군사력 관련 선택지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중동 관련 문제를 놓고 한동안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스크컨설팅기업 스트랫포드의 라이언 볼 중동부문 애널리스트는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이란과 핵합의 관련 협상에 나서고 싶어할 수 있지만, 이란이 협상 의지 자체가 없을 수 있다는게 큰 걸림돌"이라며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면 미국이 상당한 양보를 해야할 텐데 이는 큰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