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당의 '색안경'에 갈 곳 잃은 경제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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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2-09 17:53   수정 2020-12-10 00:25

[취재수첩] 여당의 '색안경'에 갈 곳 잃은 경제단체

두 달 전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시냐”고 물은 적이 있다. 박 회장이 한창 국회를 찾아다니며 ‘기업규제 3법’의 부당함에 대해 호소할 때다. 박 회장의 부르튼 입술 사이로 이런 말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회장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과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하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경제단체만큼 오해를 많이 받는 집단도 없다. ‘재벌의 하수인’이란 곱지 않은 시선이 대표적이다. 물론 경제단체가 회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100% 틀린 지적’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하지만 경제단체가 대기업만 위하지 않는다는 건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와 문재인 정부의 다양한 중소기업 정책 관련 협업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 경제단체 고위 임원은 “우린 기업을 대변하지만 기업인은 대변하지 않는다. 구성원들도 한국 기업이 잘 되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경제단체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기업규제 3법을 보면 이런 생각은 굳어진다. 석 달 전부터 경제단체들이 “제발 기업들 좀 살려달라”며 여당에 제출한 의견은 대부분 묵살됐다. 경제단체 정책부서에선 “우리 의견서는 훑어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던진 것 같다”는 푸념이 쏟아진다.

경제단체의 무력감은 이번뿐만 아니다. 지난해 기업규제 해소를 건의하기 위해 만든 자료만 수십 건이 넘는다. 회원사로부터 일일이 사례를 취합하고, 법률적으로 타당한 요구인지 몇 번이나 검토한 뒤 경제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까지 분석해서 마련한 자료들이다. 하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기 일쑤다. 한 대기업 대관 담당자는 “규제를 풀어주는 걸 대단한 시혜인 것처럼 여기는 관료와 정치권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기업들의 무력감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제단체와 정부·여당의 ‘불통’ 상황은 내년에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대한상의를 비롯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 낸 공동 성명서나 건의서가 법안과 정부 정책에 한 줄도 반영되지 않은 채 귀를 닫아버린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경제단체들이 제각각 대응을 보인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여권이 정책 협의는커녕 역할과 존재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풍토 속에서 어떤 식의 소통 시도도 무의하다는 게 경제단체가 느끼는 허탈감이다. “이 정부는 우리 정부가 맞는지 모르겠다”는 기업인들의 원망과 한탄이 내년엔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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