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男과 대화하다 수백만원 날려"…'언택트 사기' 주의보

입력 2020-12-14 14:19   수정 2020-12-29 13:20


30대 여성 A씨는 지난 10월 소개팅 앱을 통해 한 남성을 만났다. 대화를 하며 친해지게 된 남성은 다른 앱에 있는 1100만원 가량의 포인트를 A씨에게 넘겨주겠다고 말했다. 이 포인트를 얻기 위해선 수수료 결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해 A씨는 문화상품권 핀번호 결제 방식으로 돈을 넘겨주기 시작했다. 카드사 현금서비스부터 대부업까지 손을 대게 된 A씨는 1800여만원을 넘겨주고 나서야 사기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사이버 범죄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잘 알려진 보이스피싱뿐만 아니라 로맨스 스캠, 몸캠피싱과 같은 ‘변종’ 사기 범죄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재택 생활이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된 사이버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로맨스 스캠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로 SNS 등 온라인으로 접근해 이성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외모 등으로 신뢰를 형성한 후 금전을 갈취하는 금융 사기 수법이다. 최근 젊은 여성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 일당은 '틴더' '여보야' 등 소개팅 앱에서 여성에게 채팅을 하며 친분을 쌓고, 불법 사이트에 가입하도록 이끌고 소멸 예정인 거액의 별풍선이나 포인트를 환전해서 가져가라는 식으로 유혹한다. 환전하려면 계좌이체나 문화상품권 핀번호를 입력해 수수료를 결제하라는 식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이다.

피해자 B씨는 “가해자들은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중이니 별풍선으로 환전한 후 자가격리가 끝나면 만나자는 형식으로 접근한다”며 “처음에는 소액 결제를 시키다 각종 이유를 대며 연달아 결제하도록 유도한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대부업체에 돈을 빌리는 등 경제적 피해를 보았을 뿐만 아니라 ‘내가 잘못해서 속았다’는 생각과 배신감에 심리적 고통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 로맨스 스캠 피해자가 크게 늘었다”며 “입금 계좌부터 비정상적인 계좌인 경우가 많고, 해외 범죄자면 국제공조도 필요해 돈을 돌려받기가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몸캠피싱도 크게 늘었다. 몸캠피싱은 스마트폰으로 음란채팅을 하자고 유혹한 뒤, 해킹 파일을 피해자의 스마트폰에 심어 빼낸 정보로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를 의미한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 기업 라바웨이브에 따르면 몸캠피싱 피해자 지원 건수는 2015년 875건에서 2020년(12월 13일 기준) 4072건으로 5배 가량 급증했다. 라바웨이브 관계자는 “피해자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 연락처들도 고스란히 피싱 협박범들의 손에 넘어가 또다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비대면 생활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지능 범죄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온라인, 비대면 생활이 늘어나다 보니 온라인 범죄 일당의 먹잇감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많이 알려진 보이스피싱 대응과 달리 로맨스 스캠, 몸캠피싱 등에 대응하는 방법은 일반인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사이트, 인증되지 않는 메신저를 이용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과의 금전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이용자 인식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날로 진화하는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수사 역량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사이버 범죄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개념도 정립이 안 된 상태”라며 “사이버 범죄의 유형을 세분화하여 현장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경찰 차원에서의 연구,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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