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융결제원은 중앙은행의 분신이 아니다

입력 2021-01-03 16:41   수정 2021-01-04 00:17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이 지난달 10일자 한국경제신문 A33면에 ‘디지털 금융, 한은법이 나침반이다’란 제목으로 기고했다. 이를 읽고 금융결제원에 대한 사실을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글을 쓰게 됐다.

금융결제원은 1910년 설립된 경성수형교환소(현 어음교환소)를 모태로 출발해 어음교환 업무, 지로 업무, 실시간 계좌이체에 이르기까지 주요 지급수단의 결제망 운영과 청산 업무를 수행해온 지급결제 전문기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된 데는 정부와 한은, 시중은행의 상호 긴밀한 협력이 있었다. 하지만 차 연구조정역의 기고는 결제망 운영 및 청산기관으로서 금융결제원의 정체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결제와 관련한 금융결제원의 역할이다. 결제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지급인과 수취인 간 거래 관계를 종결하는 결제(payment)고, 다른 하나는 은행 간 채권채무 관계를 종결하는 결제(settlement)다. 금융결제원은 payment 단계에서 거래정보를 중계하는 결제망 운영기관이자 settlement 금액을 확정해 최종결제를 지시하는 청산기관(Clearing House) 역할을 하고 있다. 결제망 운영과 청산기능은 금융결제원이 110년 전부터 독자적으로 수행해오고 있는 고유업무다.

다른 주요국의 사례를 봐도 청산기능과 최종결제기능은 엄연히 구분되며 각각 청산기관과 중앙은행이 역할을 나누는 게 대부분이다. 예외적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FedACH(Automated Clearing House)처럼 중앙은행이 청산기능을 겸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중앙은행이 청산기능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며 민간 청산기관인 TCH(The Clearing House)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현대적 의미의 중앙은행이 정착하기 이전인 중세시대에 은행 간 자금결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청산소가 자연히 생겨나고 특정 상업은행을 결제은행으로 지정해 교환 업무를 처리했던 사례를 보더라도 청산 업무의 고유한 기능은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런 만큼 청산기관이 중앙은행의 분신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둘째로 금융결제원이 청산과 관련해 부담하는 책임이다. 금융결제원은 참가 은행과 정한 규정(업무별 규약)을 통해 청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의 절차와 책임을 정하고 있다. 아울러 최종결제(settlement)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순이체한도, 결제부족자금 납입과 공동분담 등에 대해서도 이행 방법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있다.

물론 최종결제 과정에서 독점적 발권력을 통해 참가 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최종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다만 청산 결과에 따른 최종책임, 즉 최종결제에 참여하는 금융회사의 채무불이행 발생 시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은 결제리스크 관리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금융회사의 채무불이행은 결국 민사상 책임의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금융결제원은 차 연구조정역이 기고에서 표현한 것처럼 ‘통신회사(Telecommunication Company)’가 아니다. 금융결제원의 영문명칭은 ‘Korea Financial Telecommunications & Clearings Institute’다. 금융거래정보를 중계하는 결제망 운영과 청산 업무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Financial Telecommunication은 금융회사 창구, 현금입출금기, 인터넷뱅킹 등의 지급결제 채널을 통해 (다른) 금융회사와의 금융거래를 처리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것이 바로 금융결제망이다. 이런 핵심 인프라를 단순히 통신회선이라 폄하하는 것은 국가기간전산망의 하나인 금융전산망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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