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구내염 진단 소아과 부원장의 항변 "양부 모른다"

입력 2021-01-05 22:16   수정 2021-01-05 23:13



16개월 짧은 생을 마감한 입양아 정인이의 사건이 알려진 후 참담한 죽음을 미리 알지 못했던 안타까움에 국민들의 공분이 단체행동으로 변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인이 학대 의심 신고를 3번이나 받고도 이를 묵인한 양천경찰서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정인이 사건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의사는 3명이다.

첫번째 의사는 2달만에 등원한 정인이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어린이집 교사들이 데려간 소아과에서 만난 소아과 전문의 A 씨다.

A 씨는 정인이 상태를 보자마자 심각한 학대를 감지하고 신고했다. 경찰과 보호기관 담당자들에게 정인이의 불량한 영양상태와 이전의 진료에서 지켜본 바를 소상히 전했다.

반면 결과적으로 정인이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 의사는 경찰과 보호기관이 정인이 상태를 점검하러 찾은 소아과에서 만난 소아과 의사 B 씨다.

B 씨가 진료를 보는 이 소아과는 양부모의 단골병원이었다는 사실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A 씨가 학대 정황으로 파악한 정인이의 찢어진 입안 상처에 대해 B 씨는 단순한 구내염라고 소견서를 썼다.

또 다른 의사는 정인이가 짧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만난 응급실 의사 C 씨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13일 C 씨가 일하던 서울 목동 한 병원 응급실에서 세번의 심정지 끝에 사망했다.

C 씨는 "응급실에서 양모는 무릎을 꿇고 아이가 죽으면 어떡하냐"면서 절규했다고 전했다.

정인이 상태를 보는 순간 아이가 학대당해서 살해된 것을 다 알고 있었는데 양모가 너무 슬퍼하니까 "진짜 악마구나 생각했던 의료진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양모는 상태가 심각해진 정인이를 두고 병원에 데려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양부에게 "응급실 데려가? 형식적으로"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정인이가 심정지에 이른 다급한 상황에서도 느긋하게 어묵 공구를 진행했다는 사실이다.

C 씨는 죽기 전날 마지막으로 등원했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접하고는 "이때는 그래도 걷기라도 하네. 이때만 병원에 왔어도 살았을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당시 정인의 췌장은 충격에 의해 끊어진 상태였음이 부검을 통해 밝혀졌다. 복부는 장기에서 빠져나온 가스로 부어있었고 그 조그만 몸 곳곳에는 피멍이 든 상태였다. 갈비뼈는 물론 두개골, 양쪽 손 다리까지 부러졌다.

신고의무자로서 최선을 다한 A 씨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정인이를 살리려 노력했던 C 씨와 달리 B 씨에게는 세간의 비난이 쏟아졌다.

사망 당시 8kg에 불과했던 정인이는 누가봐도 해당 개월수에 맞지 않는 영양상태였다. 온몸의 상태를 봐서 학대가 의심해 볼만도 한데 신고의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와중에 엉뚱한 피해를 입은 의사 D 씨도 있다.

D 씨는 B 씨가 근무하던 소아과에 함께 근무하던 부원장이다. 공교롭게도 정인이 양부와 이름 두글자가 일치하는 바람에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양부의 친인척이라는 오해를 샀다.

근거없는 소문으로 고통에 시달리던 해당 소아과 부원장 D 씨는 게시판에 자신의 입장을 담은 글을 썼다.

주요내용은 "양부를 본 적도 없다. 양부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친인척, 사촌관계라는 오해를 사고 비난을 받고 있다. 한 아이의 부모로서 이번 사건에 분노를 느낀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의 엄중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 저에 대한 오해가 사실로 받아들여져 루머가 퍼지는데 공포감을 느낀다" 는 내용이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B 씨의 근무지인 소아과 실명과 해당 병원 부원장의 성과 이름 중간 글자가 양부와 동일하니 아무래도 친척이라 양부모를 위해 허위 소견서를 써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하지만 D 씨는 "양부를 본 적도 없고 내 진료실에 들어온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계의 위협마저 느낀다. 제 이름을 추적해 응징하겠다는 분들의 집요함과 그 글들에 눌러지는 좋아요가 너무 무섭다"고 적었다.

아울러 "저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한 법적 대응을 고려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동료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한다는 내용으로 미루어 해당 글이 의료인들의 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정인이 양부는 해당 사건으로 인해 다니던 방송사에서 해고됐음이 5일 알려졌다.

양부모에 대한 재판은 13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양모에게 아동학대 치사죄가 아닌 살인죄가 적용될지도 곧 판가름이 난다. 검찰은 정인이 사망원인데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다.


다음은 정인이 사건 관련 양부 친척이라고 오해받은 소아과 부원장의 글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본 게시판에 평소 글을 쓰지는 않지만
근무일이면 수시로 들어와
동료 여러분의 고충과 소소한 일상생활을 읽으며
덕분에 위안을 얻곤 하는
18년차 의사입니다.

저는 현재
세간에 널리 알려진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해
비난을 받고 있는 소아과 의원에서
부원장으로 근무중입니다.

저도 한 아이의 부모로서
이 사건의 심각성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을 느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한민국 사법제도의 엄중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진료실에 한번도 들어온 적이 없는
그 양부의 얼굴조차 모르고,
만나본 적도 없고,
서로 친인척관계도 결코 아닙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양부의 이름 첫 두글자가 제 이름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아래 글들이 퍼지고 있습니다.

1. 부원장과 양부는 친인척관계이다.
(심지어 정확시 사촌관계이다)

2. 부원장은 양부의 지인이라서 원장에게 부탁하여 학대를 감추도록 도와주었다.

3. 부원장이 진료를 하고 허위소견서를 써 주었다.

1,2,3번은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몹시 당황스럽고
불면과 수면 장애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제 실명 전체가
지금 2021년 1월5일 새벽 4시57분에도
관련 기사댓글과 각종 여초사이트, 전국 지역 맘카페, 블로그 등에 도배중입니다.

사람들이
사이버모욕죄를 고려해서인지
처음에는 제 이름의 일부만 쓰다가
어느 순간, 점점, 거리낌없이
실명 전체를 쓴다는 것이
마치 저를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이미 선고를 내린 것처럼 느껴져
피해주지 않는 조용한 삶을
평생 노력해온 저로서는
많이 고통스럽습니다.

웹상에서
무분별하게 무책임하게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반복 재생산되어
마치 루머가 사실인 것처럼
인정되어 가고 있는 모습에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며
수습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애써 키워주신 부모님께 죄송하고 혹시라도 아시게 될까봐 눈물이 납니다.

저는 해당 소아과에서
부원장으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어
현재의 생활은 물론,
앞으로의 생계의 위협마저 느끼는 상황입니다.

중략

제 이름을 추적해 응징하겠다는 분들의 집요함과
그 글들에 눌러지는 좋아요가
너무 무섭습니다.

이에
저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한
법적 대응을 고려중이어서
염치없지만 생면부지의 동료 선생님들께
도움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송구하지만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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