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열 경고하면서 돈은 계속 풀겠다는 韓銀의 딱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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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17 18:18   수정 2021-01-18 00:08

[사설] 과열 경고하면서 돈은 계속 풀겠다는 韓銀의 딱한 현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주 “최근 코스피지수 상승이 대단히 빠르다”며 증시 과열을 경고했다. 이례적인 직설화법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을 볼 수 있다”며 ‘빚투(빚내서 투자)’를 향한 우려도 제기했다. 하지만 한은 총재의 작심 발언이 과열된 시장을 식힐 만한 메시지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다. 한은 총재로서 할 말을 했다고 할 순 있지만 모두가 아는 내용을 뒤늦게 되풀이한 수준에 머문 탓이어서다.

한은이 하나마나 한 ‘경고’나 ‘전망’을 내놓은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한은 총재의 ‘발언’이 영향력을 잃은 근저에는 고질적인 존재감 상실이 자리잡고 있다. ‘독립된 중앙은행’이란 위상이 무색하게 그간 한은은 지나치게 정부의 심기를 살핀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장기안목의 구조개혁을 외면하고 시장원리를 무시한 대증요법에 치중해도 이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애써 회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 미국 중앙은행(Fed) 등 주요국 동향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탓에 “차라리 AI에게 금리 결정을 맡기자”는 중앙은행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형국이다.

한은의 ‘무기력’과 ‘의도적 침묵’이 이어지면서 기껏 작성한 경제분석과 전망이 캐비닛 속으로 직행하거나 뒤늦게 막연하게 구색 갖추기식 평가를 내놓는 경우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2년 반이 지나서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게 대표적이다. 낙관적인 성장률 전망을 내놨다가 수시로 하향조정하는 게 습관이 돼 일일이 거론할 것도 못 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이코노미스트를 거느린 조직의 성과라기에는 부끄러운 결과다.

한은과 대조적으로 최근의 코로나 위기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아베노믹스 등 주요 변곡점마다 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중앙은행의 말 한마디, 전망 한 구절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한은은 증시 과열을 지적하는 자리에서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자산 거품을 경고하면서도 돈을 계속 풀겠다는 식의 ‘딱한 모습’이 이어진다면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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