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의 논점과 관점] '글로벌 표준' 공매도 포기 안 된다

입력 2021-01-19 17:40   수정 2021-01-20 00:45

기염을 토하던 한국 증시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3152포인트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5거래일 만에 3100선이 뚫리더니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주식 공매도 재개 여부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최근 증시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책임론마저 나온다. 소관 금융위원회가 견지해온 ‘원칙적 재개’ 방침 때문이다.

가장 노심초사하는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연말부터 휘몰아친 자칭 ‘개혁 입법’의 국회 처리를 다음달에도 집단소송법·유통산업발전법·징벌적손해배상제도 입법 등으로 이어가야 하는데, 공매도 이슈로 동력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다. 어제 금융위원회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은성수 위원장이 공매도 재개 결정에 대해 “속 시원히 말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며 반보(半步) 후퇴하긴 했지만 개인투자자들로선 고구마같이 속 터지는 발언이기도 하다.
공매도 제도 '운용의 묘' 있다
금융위의 고민은 글로벌 금융 스탠더드인 공매도를 원천적으로 보장하면서 기관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평가받는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다. 어떤 금융선진국도 주식 공매도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코로나19 변수를 감안한 일시 금지 조치도 대부분 해제됐다. 인도네시아와 한국만 공매도를 금지하는 세계 유이(唯二)의 나라가 됐다. 더 이상 ‘나 혼자 금지’로 독주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국회는 작년 말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상당 부분 공매도 처벌 수위를 높이고 개인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긴 했다. 과태료에 머물던 데서 제대로 된 부당이득 환수를 위해 주문금액 범위 내 과징금을 매기도록 했고, 징역 1년 이상 및 회피손실액의 3~5배 벌금을 부과하는 등 형사처벌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개선에도 빈틈은 여전하다는 지적에 귀를 열어야 한다. 개정 자본시장법에서 유상증자 기간에 공매도를 한 자는 증자에 참여할 수 없게 했지만, 이런저런 예외적 허용 규정이 있는 게 대표적이다. 시장에서 체감하는 처벌 수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공매도 규정 위반 정도와 횟수에 따라 영업정지·등록취소·자격박탈 등 좀 더 강력한 사후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운용자산과 수탁액 규모, 거래 실적 등 시장 참여 정도에 따라 공매도 한도를 꼼꼼히 정하는 사전 규제도 실효성있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규제 차익거래' 위험도 봐야
결국 ‘공매도 허용’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획기적으로 높일 일종의 딜(deal)을 해야 한다. 운용의 묘를 찾아야지, 제도 자체의 금지에만 목을 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공매도 정책을 편다면 국경 없는 투자자금과 국적 없는 투자자들이 초(秒) 단위로 나라와 기업을 평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왕따’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의 ‘코리아 엑소더스’, 금융선진화에 대한 낮은 평가,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무산 등의 화(禍)를 부를 수 있다. 규제가 많은 곳에서 투자자들이 떠나가는 ‘규제 차익거래’의 냉정한 결과들이다.

따라서 공매도 재개에 따른 주가 하락을 염려하기 전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를 수 있는 공매도 금지의 파장부터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에 수출 의존도, 외국인 투자자 영향력이 큰 국내 주식·외환 시장과 경제의 특질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공매도 정책을 보완해야 할 때다. 적어도 글로벌 표준의 ‘외딴 섬’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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