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해진 경찰 인사보고서 '승진 좌우'

입력 2021-01-25 17:23   수정 2021-01-26 01:10

지난해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A부처에서 국장 승진이 유력했던 한 과장급 공무원이 승진 심사 과정에서 낙마했다. 그간 맡아온 보직, 업무 능력 등을 보면 국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부처 안팎의 예상이 틀리게 됐다. A부처 관계자는 “최종 심사 과정에 제출된 부처 출입 경찰 정보관의 인사보고서가 승진 여부를 가른 것으로 나중에 알려졌다”며 “해당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기록돼 있었는지 알 수 없어 지금도 소문만 무성하다”고 전했다.

중앙 부처에는 해당 부처를 담당하는 경찰 정보관이 있다. 경찰청 정보국 소속인 이들은 공무원들의 비위부터 산하 공기업에 대한 갑질, 각종 정책 효과까지 다방면의 정보를 수집한다. 이들이 모은 정보는 경찰청 정보국을 통해 청와대에도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정보관이 정부 부처 정보를 취합한 것은 수십 년 전부터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비중이 훨씬 커졌다.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수집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특히 부처 내부 정보를 담고 있는 경찰 정보관의 보고서는 인사와 관련해 매우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게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국장부터 차관까지 인사에선 ‘승진의 마지막 관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사혁신처 인사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외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까지는 승진 대상자 인사 자료에 국정원과 경찰의 보고서가 첨부됐지만 이번 정부에선 경찰 보고서만 첨부돼 있어 무게가 더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인사 보고서에는 술버릇부터 이성 관계, 개인적인 비위는 물론이고 현 정부 국정 기조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의미하는 이른바 ‘공직관’까지 담긴다.

이러다 보니 공무원들은 정보관의 정보 수집 활동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한 부처의 국장급 공무원은 “너무 좋은 말만 하면 인사보고서에 기록이 안 된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보이면서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고민해 답한다”며 “인사 시즌엔 ‘혹시 경찰에서 전화가 오면 잘 말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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