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한국 철수 경고…"부산공장 다른 방법 찾을 수도"

입력 2021-02-09 17:53   수정 2021-02-10 01:24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자동차에 ‘최후통첩’을 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이미 배정한 수출 물량을 해외 다른 공장으로 돌리겠다는 경고다. 르노삼성으로선 생산량의 30~40%를 차지하는 수출 물량을 놓치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르노그룹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9일 르노삼성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부산공장은 XM3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속을 믿고 XM3 유럽 물량을 배정했지만, 부산공장의 공장 제조원가는 스페인 공장 대비 두 배 수준”이라며 “부산공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고 경고했다.

르노그룹의 제조 및 공급 총괄 임원으로 그룹 내 2인자인 모조스 부회장이 직접 나선 건 그만큼 부산공장의 상황을 심각하게 본다는 뜻이다. 르노그룹은 지난해 9월 XM3 유럽 물량을 부산공장에 배정했다. 당시 유럽에 있는 르노 공장들도 물량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조스 부회장 등이 부산공장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날 언급한 ‘새로운 방법’은 물량 배정 취소, 한국 사업 규모 축소 등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모조스 부회장은 이날 부산공장의 높은 생산비용과 잦은 파업 등을 문제 삼았다. 르노그룹이 자체 집계한 비용경쟁력 지표를 보면 부산공장은 지난해 글로벌 19개 공장 중 17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전체 생산 경쟁력도 10위에 머물렀다. 2016년만 해도 1위를 차지했지만, 해마다 순위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이 수출 물량을 우선 배정받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최근 경쟁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향후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조스 부회장은 노동조합의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도 우려했다. 그는 “XM3 유럽 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해 가결(찬성률 57.1%)했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파업권을 확보한 노조가 조만간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르노그룹의 올해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유럽 판매량 증가”라며 “파업으로 XM3 생산이 지연되면 물량 배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2019년부터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11만6166대로 전년(17만7450대) 대비 34.5% 줄었다. 16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7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후 8년 만이다. 회사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받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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