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엔진' 쓴맛, 김밥장사까지…영상채팅 만들어 '7전8기' 대박

입력 2021-02-10 16:04   수정 2021-02-18 18:23

영상 메신저 ‘아자르’를 2조원에 판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40)는 손꼽히는 ‘연쇄 창업가’ 중 한 명이다. 거듭된 실패를 딛고 성공 신화를 썼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오뚝이 벤처기업가’란 평이 나온다. 이젠 최소 수천억원의 자산을 거머쥐며 또 다른 대박 신화의 주인공으로 정점을 찍게 됐다.

대학 입학 때부터 창업 준비
2000년 서울대 재료공학과에 입학한 안 대표는 1학년 때부터 창업의 꿈을 키웠다. 학내 벤처 동아리인 서울대학생벤처네트워크에 들어가 성공한 선배들을 만나면서 사업을 준비했다. 대학교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김밥 장사도 했다.

안 대표는 2002년 첫 창업에 나섰다. 정보기술(IT) 분야 컨설팅 업무를 다루는 회사였다. 하지만 당시 IT 솔루션업체에 과감하게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첫 창업부터 고난의 시작이었다. 2007년 다시 창업에 도전했다. 레비서치라는 인터넷 검색업체다. 일명 ‘신뢰도 추정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을 앞세웠다. 개개인의 평판을 모아 편차를 최소화한 뒤 수치로 표시하는 기술이다. 서울대 전체 시스템에서 레비서치의 검색 기술을 사용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법인을 세워 국내보다 미국에서 먼저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업계의 관심을 끌면서 투자까지 받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모든 재산을 털어 30여 명 직원의 마지막 월급과 회사 미지급금을 해결했다. 8억원대의 빚도 생겼다. 그래도 다시 일어섰다. 온라인 커뮤니티업체, 사진 스튜디오 등을 운영하면서 재도전 기회를 기다렸다.

2013년 대학 동기인 정강식 전 이사, 병역특례업체 동기인 용현택 이사 등과 하이퍼커넥트를 창업했다. 이때 만든 게 ‘아자르’다. 아자르는 무작위로 낯선 사람과 영상 채팅을 연결해 주는 메신저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AR) 등을 활용해 ‘편안하고 즐거운 영상 데이팅 앱’으로 단박에 인기를 모았다. 사용자가 출시 1년 만에 1000만 명, 3년 만에 1억 명으로 폭증하는 등 잠재력을 터뜨렸다.
거듭된 실패에서 다져진 성공 신화
안 대표의 도전을 응원한 선배 창업가는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다. 장 의장도 국내 대표적인 연쇄 창업가다. 안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장 의장을 롤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장 의장이 2005년 설립한 인터넷 검색 전문업체 첫눈의 기술력을 뛰어넘는 회사를 세우겠다며 레비서치를 창업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병역특례로 근무한 인터넷업체 네오위즈에서 장 의장을 알게 됐다. 네오위즈 창업 멤버인 장 의장은 당시 이사로 근무했다. 레비서치 폐업으로 어려움에 처한 안 대표가 재기할 수 있도록 장 의장은 사업 자금을 지원했다.

안 대표는 과거 사업 실패가 성공의 토양이 됐다고 한다. ‘수익 모델이 없는 서비스는 하지 않겠다’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창업 아이템들이 성공 가능성은 높았지만 돈을 벌 수 없어 오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자르는 출시 첫해부터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또 ‘비전이 좋아도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소용없다’ ‘서비스는 소비자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하이퍼커넥트의 성장은 기술 혁신으로 이끌었다. 인공지능(AI) 적용 이미지, 영상 분석 등 첨단기술을 신속하게 아자르에 활용했다. 하이퍼커넥트가 개발한 자체 음성 인식, 이미지 분석 기술은 ‘음성신호처리학회(Interspeech)’ ‘컴퓨터 비전 국제학회(CVPR)’ 등 세계 최고 권위의 AI 학회에서 인정받았다.

창업 멤버 3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은 6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 매각으로 1조2000억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부 임직원은 최대 340배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하이퍼커넥트는 임직원에게 2015년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총 172만6500주의 스톡옵션을 줬다.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500원~3만9800원이다. 약 1400억원어치다. 하이퍼커넥트는 매치그룹에 주당 17만원 선에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추산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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