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자영업 손실보상제가 몰고 올 혼란

입력 2021-02-14 18:22   수정 2021-02-15 00:14

자영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상해주는 ‘자영업 손실보상제’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가가 각종 영업제한 조치를 한 데 따른 손실을 보상해달라는 주장이 득세하면서 정부가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국가가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금지한 만큼 보상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공공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헌법 23조3항을 들고 오면 법제화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손실보상제가 오히려 문제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형평성이 도마에 오르고, 신속 지원은 불가능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형평성의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불거질 수 있다. 코로나19로 피해 본 사람이 자영업자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출입국을 막은 행정 조치로 피해를 입은 관광·항공 관련 기업의 손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있는 분야도 있다. 문화재·상수도·군사시설 보호를 위해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코로나19로 보상을 제도화하면 이쪽도 보상해 줄 수밖에 없다. 다수 판례에 따르면 헌법 23조3항과 관련된 보상이 적용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국가가 해당 재산을 수용하거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경우에 한정되며 단순히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정도로는 보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속 지급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법 체계에선 손실을 전액 보상해야 한다는 ‘완전보상설’이 우세하다. 이를 적용하려면 행정 조치에 따른 손실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각 개인의 손실액을 빨리 완전히 파악할 방법은 없다. 매출과 고정비, 이익 등이 실시간으로 드러나지 않아서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외 다른 요인으로 손실을 본 것도 한꺼번에 계산될 수 있다.

법제화를 통해 청구권이 발생하면 줄소송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보상액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법 조항을 근거로 손실 보상 소송전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손실보상의 제도화보다는 특별 피해 지원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하는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서다. 법제화하면 자영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선거 한 번 이기자고 여러 가지를 따져 고려하자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짓이겨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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