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빅뱅…'1산업 1기업'만 살아남는다

입력 2021-02-14 17:39   수정 2021-02-15 01:17

2위가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 격화로 주요 제조업 분야가 ‘1산업 1기업 체제’로 재편되면서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도 ‘2위 퇴출’을 가속화했다. 그렇다고 승자독식도 아니다. ‘국가대표 기업’만 남아 진검 승부를 겨루는 또 다른 생존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14일 경제계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주요 산업 분야에서 국내 시장의 경쟁 체제가 붕괴하고 있다. 스마트폰산업에서는 LG전자가 사업 포기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삼성전자 한 곳만 남게 됐다. 30여 년을 이어 온 항공업계의 ‘양강체제’도 무너졌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내 해운업계는 이미 HMM(옛 현대상선) 한 곳으로 통합됐다. 자동차산업에선 사실상 현대차·기아만 남았다. 건설기계산업도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완료로 국내 기업은 한 곳으로 합쳐졌다.

살아남은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된 것은 아니다. 국내 1등이 된 ‘국가대표급’ 기업들은 글로벌 선도기업과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할 처지다.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싸움에서 진다면, 현대자동차가 미래차 경쟁에서 도태된다면 국내 산업 생태계 전체가 사라질 위험도 커졌다.

해외에선 대표기업의 시장 퇴출로 산업 기반이 무너진 사례가 흔하다. 자동차산업이 태동한 영국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과 경쟁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자국 자동차 브랜드조차 없는 신세가 됐다. 미래차 분야에서 기존 자동차업체 중 GM과 폭스바겐, 도요타, 현대차그룹 네 곳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때 세계 휴대폰산업을 호령하던 핀란드는 노키아 몰락 이후 스마트폰 시장에 얼씬도 못 하게 됐다. 199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은 엘피다 도시바 파나소닉 등이 줄줄이 시장 경쟁에서 밀리며 반도체 산업 붕괴를 겪었다.

전문가들은 산업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국내 시장 중심의 ‘시대착오적’ 판단과 부실기업 지원이라는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는 제조업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종 산업 간 합종연횡과 글로벌 승자독식이 뚜렷한 산업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한국 대기업들이 과감하게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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