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프로그램을 오는 9월까지 재연장하기로 했다. 만기가 더 늦춰지는 자금 규모는 130조원이 넘는다. 이들은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끝나더라도 대출금을 장기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허용해 ‘코로나19 연착륙’을 돕자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대출 만기를 늘려주고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해주는 6개월짜리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대출금 상환 연장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지난해 9월 똑같은 조건으로 반년 더 이어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130조2000억원(43만5000건)의 대출에 대해 만기가 늦춰졌다.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가 상환을 유예해준 돈은 전체의 68%인 88조9000억원이다.
은 위원장도 자산건전성이 나빠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출 만기 연장과 관련해 리스크가 당연히 있다”며 “평상시 같으면 걱정이 되는데 코로나19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답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주나 금융회사에서 거기에 맞게 충당금을 더 쌓는 등의 노력을 따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융감독원도 2021년 업무계획에서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신용위험 누적에 대비하고 금융회사 자금공급 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자본확충과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지주들의 배당성향을 6월까지 20% 이하로 묶어 놓은 것과 관련해 은 위원장은 “관치가 아니냐, 왜 배당까지 간섭하느냐고 하는데 코로나로 금융회사들의 자산건전성이 취약해질 것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라며 “유럽이나 영국, 미국에서도 배당 자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수년간에 걸쳐 분할상환하는 방법을 통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서서히 줄여주는 방식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들도 코로나19 금융지원 중단의 충격이 단기간에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책을 마련해 은행이나 차입자들 모두 계획적으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오현아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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