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주범이 저금리? 전문가 "한국은 정책 실패가 더 커"

입력 2021-02-21 17:50   수정 2021-02-22 01:12

정부는 이제까지 집값 급등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탓으로 돌렸다. 저금리로 대출을 받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매수’가 집값을 밀어 올렸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도 저금리가 영향을 준 측면은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 특히 서울 집값이 폭등한 것은 정책 실패가 더 큰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공급을 줄이고 ‘패닉 바잉(겁에 질려서 집을 사는 것)’을 부추겼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12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가 전월 대비 2포인트 오른 132포인트를 기록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1월 후 가장 높은 수치다. 주택가격전망 CSI가 100보다 높으면 1년 뒤 집값이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반대 경우보다 많다는 뜻이다. 올 1월 수치 역시 130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초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을 때 주택가격전망 CSI는 116포인트였다. 이후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작년 4~5월에는 96포인트를 기록하며 100포인트를 밑돌았다. 이때 국토교통부가 뜬금없이 “장기적 주택 공급 기반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겠다”며 공공재개발 도입을 골자로 한 ‘5·6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비업계 반응은 냉담했고 주택 공급 부족 우려로 집값이 들썩였다. 다음달 국토부가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6·17 대책’을 내놓았지만 불안심리만 자극했다. 정부는 또다시 강수를 뒀다. ‘7·10 대책’을 통해 취득세와 종부세, 양도세를 일제히 올렸다. 전방위적인 압박에 불안심리만 더 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추가 대책을 주문했다. 한 달 뒤 13만2000가구 규모의 ‘8·4 대책’이 나왔다. 핵심 정책인 공공재건축에 대해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손사래를 쳤다. 같은 달 여당이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을 강행하면서 전셋값까지 자극했다. 전세난 심화가 지속되자 정부가 ‘11·19 대책’을 내놨지만 대부분 다세대, 빌라 임대물량이었다.

작년 말부터 새 국토부 수장을 맡은 변창흠 장관이 나서 “서울 도심에 주택을 대량 공급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정부는 지난 4일 공공 주도 개발과 신규 택지 등을 골자로 한 83만 가구 규모의 ‘2·4 대책’을 내놨다. ‘공급 쇼크’ 수준의 물량이었지만 사유재산 침해 논란을 키웠다. 민간 참여가 저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보다 갈수록 내 집 마련이 힘들 것이라는 걱정이 더 크다”며 “정부의 연이은 정책 실패가 이를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민간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을 끝내 외면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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