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대책 한 달…'원점 재검토'로 무너진 신뢰 다시 쌓아야

입력 2021-03-03 17:20   수정 2021-03-04 00:17

문재인 대통령이 “국토교통부의 명운을 걸라”고까지 했던 ‘2·4 공급대책’이 발표 한 달 만에 신뢰 붕괴 위기에 처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 83만 가구 공급안’의 현실성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크던 차에 실무를 맡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경기 광명신도시 예정지역 내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뒤늦게 국토부와 LH 직원 및 가족의 3기 신도시 토지거래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지만,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의 가덕도 일대 대규모 토지소유 논란까지 불거져 더욱 그렇다.

집값 흐름만 보면 2·4 대책 한 달 만에 다소 안정효과가 엿보이는 게 사실이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458건에 그쳐, 전달(5690건)에 비해 급감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도 대책발표 직전인 지난달 1일 기준 0.1%에서 22일엔 0.08%로 소폭 둔화됐다. 이를 두고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가격안정 효과가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산이자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집값 오름세가 주춤해진 게 2·4 대책 때문인지 불분명할뿐더러, 경기 지역은 상승률이 계속 확대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공급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땅주인·건물주들의 협조는 여전히 기대하기 어려운 판국이다. 정부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1호 사업지로 낙점한 서울 ‘동자동 쪽방촌’ 토지·건물 소유주들은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압구정동 등 핵심 재건축 단지 조합들도 ‘공공 직접시행 재정비 사업’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각자 일정대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나마 15~20곳을 추가 지정할 예정인 신규 택지에 기대를 걸어볼 만했는데, 이마저도 이번 투기 의혹으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돌이켜보면 정부는 ‘반(反)시장 규제’ 철폐라는 정공법이 절실한 시점에 공공주도 개발이라는 ‘뜬구름 공급대책’을 내놓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문을 외워댄 격이다. 계속 놔뒀으면 잘못된 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어떤 무리수를 뒀을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이 기회에 처음부터 잘못 끼운 ‘변창흠표 1호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철저한 조사로 투기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는 게 급선무다. 무너진 정책 신뢰를 확실히,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면 어떤 대책도 소용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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