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금성 여행경비 지원에만 쏠린 관광정책

입력 2021-03-04 17:34   수정 2021-03-05 00:09

“대책 없이 숫자만 늘리면 뭐합니까?”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 숙박할인권 확대 계획에 숙박업계 관계자가 던진 일침이다. 문체부의 올해 업무·재정계획을 샅샅이 훑어봤다는 그는 “안전한 여행 환경을 조성한다더니 1년째 수칙만 강조하는 ‘매뉴얼 방역’에 매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생색내기 좋은 현금성 지원에만 쏠려 있다는 지적이다.

숙박할인권은 지난해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코로나 추경으로 도입한 6종의 소비 할인권 중 하나다. 7만원 이하 숙소를 예약하면 3만원, 7만원 이상은 4만원을 깎아준다. 지난해 27개 숙박예약 플랫폼을 통해 배포된 100만 장 중 약 45만 장이 소진됐다.

문체부는 올해 숙박할인권 규모를 지난해의 두 배인 200만 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남은 예산 90억원을 포함해 올해에만 516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280억원)의 배 가까이로 늘었다. 여기에 근로자 휴가 지원, 추경 사업으로 준비 중인 국내여행 조기예약 할인 등을 더하면 현금성 여행비 지원은 700억원이 넘는다.

반면 안전한 여행 환경 조성에 필요한 방역 예산은 2억원이 전부다. 지원 대상인 전국 150개 안심관광지로 쪼개면 한 시설에 돌아가는 예산은 고작 270만원이다. 그나마 규모가 큰 방역 관련 인건비 예산 142억원은 지난해 집행하지 못한 잔여 예산이 전부다. 결국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방역 책임은 온전히 업계 몫으로 남은 셈이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쓰이는 표현 중 ‘표증’과 ‘본증’이 있다. 표증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고, 본증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병을 유발한 근본 원인이다. 병을 완벽하게 치료하려면 표증 치료로 먼저 통증을 줄인 뒤 병의 근원을 찾아 없애는 본증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확산 상황에서 지난해 도입된 숙박할인권은 표증 치료일 뿐이다. 진통제로 통증을 줄이는 단기 처방은 될지언정 병의 근원을 없애는 본증 치료는 아니라는 얘기다. 할인권 배포의 직간접적 혜택을 누리는 업계조차 숙박할인권 사업 확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안전한 여행 환경 조성은 코로나 상황에서 국내여행 수요를 늘리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언젠가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져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게 될 때도 관광시설의 방역 인프라는 결정적 동기가 될 수 있다. 국내여행 활성화라는 당면 과제를 풀고 포스트 코로나에도 대비하는 일석이조 해법인 것이다. 올초 정부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코로나19 상황에도 국민이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는 관광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지금이라도 찬찬히 되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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