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뒷북처방 내놓고 신도시 강행…"꾼들 배만 불려"

입력 2021-03-07 17:35   수정 2021-03-15 18:09


정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악화된 여론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신도시 후보지 발표, 7월 신도시 사전청약 등 주택 공급대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건 부동산 시장 불안과 집값 급등을 둘러싼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번 사태로 부동산 대책 추진을 잠정 보류하거나 재검토하면 주택 시장 불안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일 시작된 LH 직원의 경기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에 관한 정부 합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자칫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해임도 요구하고 있어 3기 신도시 개발 등 부동산 대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택 공급대책 반드시 일정대로 추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83만 가구를 공급하는 ‘2·4 대책’을 포함한 주택 공급대책은 반드시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4 대책 후보지와 작년 ‘8·4 대책’에 따른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이달 공개할 계획이다. 또 다음달 11만 가구 규모의 2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6월엔 작년 전세대책(11·19 대책)에서 새로 도입한 공공전세주택의 입주자 모집에 나선다. 7월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시작하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도 발표한다.

정부는 조사 결과 투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수사와 징계는 물론 자금 출처, 탈세 여부, 대출 규정 준수 여부까지 따지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개인의 중대 일탈이 일어나면 공기관 전체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부당 이득은 반드시 환수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 토지 개발, 주택업무 관련 부처 및 기관의 해당 직원은 일정한 범주 안에서 원칙적으로 토지 거래를 제한하고 불가피한 토지 거래는 신고하도록 하겠다”며 “내부통제 강화방안의 하나로 부동산 등록제 등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체제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투기자 처벌 및 이익 환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공공기관 직원들의 투기 의혹까지 드러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여론이 팽배하다”며 “무엇보다 ‘성실히 노력하면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청년들의 믿음이 깨지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3기 신도시, 공공개발 등 차질 불가피
정부가 이례적으로 주말에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면서까지 진화에 나섰지만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악화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사건 10건 중 9건이 변창흠 장관이 LH 사장이던 시절 발생했다”며 “이쯤 되면 기획부동산 LH의 전 대표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변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LH 임직원의 토지 거래 내역을 매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LH 투기 방지법’도 발의했다.

LH 등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공공 주도 주택정책에 불만을 갖는 국민도 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11%에 그쳤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LH에선 부동산 정보가 사내 복지” “LH 혼자 산다” “정직하게 살면 벼락거지 된다는 걸 알려주는 정부” 등의 비판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에서 추가 투기 의혹이 나온다면 주민 반발, 토지보상 지연 등으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투기 의혹 조사가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되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경우 공공 주도 개발에 대한 반감이 확산돼 정책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석/구은서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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