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美·中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은?

입력 2021-03-08 17:54   수정 2021-03-09 00:09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디를 선택해야 합니까?”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전쟁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 견제, 화웨이 때리기, 미국 내 중국 유학생 규제 등 기술·인력 분야로 번지며 미·중 전략 경쟁이 가속화돼 한국 사회 전면에 부상한 질문이다.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패배해 백악관 주인이 바뀌었을 때 미·중 관계가 대결에서 협력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기대를 나타내는 측도 있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버티던 트럼프는 결국 자신의 플로리다 별장으로 사라졌지만, 그의 중국 때리기는 조 바이든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과의 첫 번째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무시했던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압박했다. 동맹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홀로 중국 때리기에 열중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동맹국들과 연계해 반(反)중국 전선을 형성하려고 한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바이든은 백악관에 중국을 집중 관리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처음 국방부를 방문했을 때 그는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을 레이저처럼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미·중 경쟁은 단기적으로 동아시아 패권을, 궁극적으론 세계 패권을 다투는, 21세기 세계사의 향방을 결정짓는 대격돌이다. 트럼프 1막이 내리고 바이든 2막이 시작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겨냥한 인도·태평양전략의 지속,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배터리 핵심 공급망 구축 검토 명령 등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중 전략 경쟁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디를 선택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은 그래서 계속된다. 방위비 인상 요구, 미국 상품 수입 증대 요구 등 거래적 관계에 치중하던 트럼프 시절보다 가치와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시대에 한국의 운신 폭은 더 좁아 보인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삼던 공급망의 분리(디커플링)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중국 시장에 목매고 있는 기업인들에겐 초미의 관심사다. 그들에게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나홀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한국 제조업의 대표 기업들은 중국 곳곳에 거대한 투자를 해왔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와 배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이미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서 최대 무역상대국의 안위를 아랑곳하지 않는 중국의 민낯을 확인했음에도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는 식을 줄 모른다. 미·중 전략 경쟁의 가속화는 한국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취약성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중 사이에서 어디를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일각에서는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국은 이미 동맹인 미국을 선택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한국전쟁에서 중국을 상대해 같이 싸워 대한민국을 지켰고, 경제 발전의 발판을 제공해준 미국이 아니던가. 반대 의견도 있다. 미국은 지는 해라는 주장이 그 배경이다. 그들은 주장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혼자 세계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미국의 무기력한 대응을 보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 50만 명은 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서의 모든 미국인 사망자 수를 능가한다. 고비마다 드러난 미국의 무기력함에 비해 중국의 선전은 눈부시지 않은가.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구한 것은 중국이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가장 먼저 극복한 것도 중국이지 않은가. 한국의 선택은 떠오르는 중국이어야 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한국의 선택은 자명하다. ‘국익’을 택해야 한다. 경제 강국,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마땅하다. 2차 세계대전 후 극도의 혼란기에서 출발한 지극히 빈곤했던 신생독립국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올 때 좌표가 됐던 시장경제, 외침으로부터 안전한 국가, 자유와 인권은 앞으로도 타협할 수 없는 원칙과 가치가 돼야 할 것이다. 혼돈의 시대를 통과할 대원칙이 정해진다면 흔들린다 해도 두려울 게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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