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주가가 '존버' 결심 뒤흔든다

입력 2021-03-12 17:40   수정 2021-03-13 00:18

사형제는 살인 범죄를 억제할까. 미국에서 두 가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첫 번째 연구는 14개 주를 대상으로 사형제 도입 전후 1년간 살인 범죄 발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11개 주에서 살인 범죄 발생률이 하락했다. 사형제의 범죄 억제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두 번째 연구는 서로 다른 사형제 관련 법률을 시행하는 열 쌍의 인접한 주들을 조사했다. 여덟 쌍에서 사형제가 있는 주의 살인 범죄 발생률이 높았다. 사형제가 범죄를 억제하지 못한 것이다.

사형제를 찬성 또는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두 연구 결과를 보여주자 찬성하는 사람은 첫 번째 연구가, 반대자는 두 번째 연구가 더 믿을 만하다고 답했다. 같은 자료를 봤지만 자신의 입장과 일치하는 쪽을 지지했다. 이들에겐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다.

심리학의 ‘동기화된 추론’이 이 상황을 설명해준다. 여기서 동기는 두 가지 목적을 향할 수 있다. ‘정확성 목적’과 ‘지향성 목적’이 그것이다.

정확성 목적의 경우 사람은 합리적 판단을 위해 타당한 이유를 찾으려고 철저하게 정보를 탐색해 정확한 결론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지향성 목적이라면 먼저 ‘원하는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는다.

정확성 목적이 바람직해보이지만 사람들은 대개 지향성 목적을 따른다.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심리’가 일반적이란 얘기다. 그래서 사형제에 대한 애초 입장이 ‘원하는 결론’이었고 그 결론과 일치하는 연구 결과를 지지한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순간적이고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다는 데 있다.

투자자 A씨를 보자. 지난해 성장주에 투자해 수익률이 치솟았지만 장기투자자를 자처하며 수익을 실현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 분위기는 성장주에서 경기민감주로 옮겨갔고 수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자발적 장기투자자였다가 졸지에 ‘존버’가 됐다. “존버가 뭐 어때서”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최근 변동성 큰 장세가 힘들게 다잡은 마음을 뒤흔든다.

성장주와 경기민감주가 번갈아 널뛰기를 하는 상황에 존버 결심이 흔들린다. “이제라도 털고 새 출발 해야 하나”라는 욕구가 꿈틀댄다. 존버가 아니라 종목 교체가 A씨 마음속 ‘원하는 결론’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그래서 그 결론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는다. ‘이달 말 저가 매수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눈길이 간다. ‘미국 서비스업종이 살아나면서 고용이 급격하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고용이 개선되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존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예측으로 금리가 또 한 번 튈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가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일어나고 있으니 하반기엔 금리 상승을 이겨내며 주가가 오를 수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 라면 존버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이미 종목 교체에 마음을 뺏긴 탓에 ‘이달 말 저가 매수 기회’란 말만 머리를 가득 채운다. ‘존버는 무슨, 일단 눈에 보이는 기회에 베팅하자’는 생각이 조바심을 한껏 키운다.

순간적이고 자동적으로 존버 결심을 밀어내고 A씨의 ‘원하는 결론’이 돼 버린 종목 교체는 이제 자신을 정당화하는 논리와 근거로 무장했다. 그렇게 A씨는 손실을 확정짓고 다시 매수 주문을 한다.

‘원하는 결론’이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는 상황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사형제 사례에서라면 자신과 정반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논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반대편 논리를 고려하라는 얘긴데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게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원하는 결론’에 자꾸 휘둘리게 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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