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LNG발전이 진정 친환경적인가

입력 2021-03-18 17:24   수정 2021-03-19 06:42

“가스터빈을 하루에 두세 차례 껐다 켜면서 유해물질을 많이 내뿜고 있습니다.”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의 한 간부가 털어놓은 얘기다. 정부가 비용 부담 때문에 LNG발전소 가동률을 떨어뜨리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근처 주민들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석탄·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전력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LNG발전소를 크게 늘리고 있다. LNG발전은 친환경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41.3기가와트(GW)인 LNG발전설비를 2034년까지 58.1GW까지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석탄발전소 24기를 LNG발전소로 전환하는 등 LNG발전설비를 늘리고 있다.

LNG발전소는 발전비용 부담이 크다. 유가 변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서 발전단가 통제도 어렵다. 2016년 11조9975억원이던 한전의 LNG발전 전력 구입비는 2018년 18조4344억원으로 치솟았다. 이에 정부는 한국전력의 적자를 해소하고, 전기료 인상을 피하기 위해 2018년 이후 LNG가동률을 점차 떨어뜨리고 있다.

가동률을 떨어뜨리기 위해선 자주 꺼야 한다. 끈 다음 다시 가동하려면 가스터빈을 돌려야 한다. LNG발전소 한 곳당 가스터빈을 재가동하는 횟수는 연간 800회에 이른다.

LNG발전소는 석탄화력발전소보다는 환경 오염이 적지만, 자주 껐다 켜면 친환경에서 멀어진다. 가동 초기 불완전연소로 인해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미연탄화수소 등 오염물질을 집중 배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LNG발전소 재가동을 줄이기 위해 24시간 풀가동을 원칙으로 한다. LNG발전소를 도심 한가운데 지어 놓은 것도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게다가 초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물질인 일산화탄소와 미연탄화수소는 LNG발전소 오염물질 배출 기준에서 빠져 있다. 이 같은 규제 사각지대 탓에 LNG발전소에서 오염물질이 마구 뿜어져 나와도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

감사원은 작년 9월 ‘미세먼지 관리대책 추진실태’ 보고서에서 “LNG발전소 가동 초기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에 요구했다. 정부는 “오염물질 저감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답할 뿐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LNG는 친환경’이라는 말을 반복할 게 아니라 에너지 전환 계획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LNG발전소를 늘리기 전에 가동 초기 오염물질 저감 대책을 내놓는 게 우선돼야 한다. 친환경이라는 정부 말만 믿고 LNG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매일 마시고 있는 주민들은 무슨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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