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배터리 글로벌 大戰…'1등 환상'부터 버려야

입력 2021-03-25 18:06   수정 2021-03-26 00:11

한국이 글로벌 1위권을 점유해 온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주요국이 집중 육성 전략을 잇따라 들고나오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인텔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반도체 패권 전쟁의 포문을 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의 행보는 단순히 업체 간 경쟁을 넘어 반도체가 안보 차원의 ‘국가적 전략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관련 업계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의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인텔을 앞세워 반도체 전쟁에 본격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EU, 일본, 중국도 반도체 육성 방침을 밝혔다. 반도체가 필수 소재가 되면서 각국 정부와 산업계가 ‘2인3각’처럼 뛰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한국에서는 “반도체산업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가 기업들을 돕기는커녕 노동·환경·지배구조 등에서 끊임없이 규제를 만들어 손발을 꽁꽁 묶고 있는 처지다. 안보나 국가전략 차원의 산업 육성보다는 시대착오적인 ‘반(反)재벌’ 정서가 정부·여당을 지배하는 탓이다. 규제를 벗어나 해외로 나가려 해도 삼성전자의 경우 총수 부재로 이런 결정조차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터리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의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최근 차세대 전기차에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이 생산하는 ‘파우치형’이 아니라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배터리의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하겠다고 밝히고 협력 파트너로 중국 CATL을 선택했다. 이런 움직임은 전기차 배터리 기술표준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던 ‘K배터리’가 밀려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으며 관련 기업의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K배터리’ 위기는 양사의 분쟁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업계 스스로 갈등을 조기에 매듭짓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도 ‘K배터리’를 ‘한국판 뉴딜’의 한 축으로 내세웠던 만큼 관련 기업의 애로 요인은 없는지 살펴보고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고민하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글로벌 산업 지형은 빛의 속도로 바뀌는데 지금 이 나라는 선거에만 매몰돼 있다. 그 사이 세계 1등 경쟁력을 자랑하던 산업이 하나둘 빛을 잃어간다. 정부와 기업 모두 ‘1등 환상’부터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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