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최연소 사장 출신, 월가 뒤흔든 빌 황과 손잡았다가 '곤혹'

입력 2021-04-12 14:47   수정 2021-04-12 15:03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투자를 이끌었던 데이비드 은(David Eun) 전 사장이 최근 월가를 뒤흔든 투자회사 아케고스캐피털의 수석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은 전 사장이 문제가 된 투자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업에서 자산운용업계로 커리어 변신을 추구하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은 것 아니냐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첫 최고혁신책임자(CIO)였던 은 전 사장은 지난 1월 삼성에서 퇴사해 아케고스캐피탈에 합류했다. 그는 링크트인 페이지(사진)에 자신의 현재 타이틀을 아케고스캐피탈 수석 부회장(Executive Vice Chairman)으로 올렸다가, 최근 관련 이력을 삭제했다. 아케고스캐피탈이 막대한 투자손실로 사실상 해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케고스캐피탈은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인 타이거매니지먼트 출신 한국계 매니저 빌 황 대표가 운영하던 패밀리 오피스다. 최근 과도한 레버리지로 투자한 일부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에 내몰렸고, 돈을 빌려줬던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담보로 잡고 있던 주식을 내다팔면서 증시가 요동쳤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아케고스캐피탈은 아마존, 익스피디아, 넷플릭스, 링크트인 등 기술주에 성공적으로 투자해 운용자산을 200억 달러로 불렸다. 이후 비아콤, 디스커버리, 중국 바이두 등 미디어 회사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이 종목들에 대한 투자 개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문제가 시작된 건 지난달 중순 이후다. 미국 비아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약 4배의 레버리지를 활용해 이 회사에 투자한 아케고스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꼬이기 시작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아케고스가 마진콜에 응하지 못하자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담보로 잡고 있던 주식들을 팔아치웠다.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크레딧스위스와 노무라홀딩스는 47억달러, 2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월스트리트는 보고 있다.

은 전 사장은 2011년 말 삼성전자에 영입된 인물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해 미국 NBC, 타임워너, 구글, AOL 등 미디어 업계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투자를 이끌었지만 헤지펀드 등 운용업계 경험은 전무하다.

은 사장이 문제가 된 투자 건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그가 미디어 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미디어 전문가라는 점에서, 빌 황 대표가 비아컴 등에 대한 투자 포지션을 잡는데 일정 정도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 전 사장은 2011년 말 삼성전자에 부사장급으로 입사해 2016년 49세의 나이에 최연소 사장이 됐다. 2013년부터 삼성전자 투자조직인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현 삼성넥스트)를 맡았다. 2018년에는 삼성의 첫 CIO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기업인 스마트싱스, 삼성페이의 원천 기술 업체인 루프페이 등을 인수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케고스캐피탈에 합류한 시점을 고려할 때 은 전 사장이 빌 황 대표의 투자 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에서 자산운용업계로 커리어 변신을 꾀한 것 같은데 회사 선택과 타이밍이 너무 안좋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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