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도 LX 상표 있는데…구본준號는 쓰지 말라는 국토정보공사

입력 2021-04-18 17:27   수정 2021-04-26 15:38

“특허청에 LX로 등록된 국내 상표권만 500건이 넘습니다. LX라는 이름만으로는 상표권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한 특허 전문 변호사가 최근 기자에게 들려준 얘기다. 특허청이 운영하는 특허정보검색서비스에 접속해 ‘LX’를 검색하면 500여 건의 등록 상표가 뜬다. 세계 최대 명품업체 LVMH그룹의 자회사인 루이비통 말레띠에의 상표도 LX다.

다음달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하는 신설 지주회사는 지난달 LX를 사명으로 확정하고 상표 출원을 마쳤다. 하지만 2012년부터 LX를 영문 약칭으로 써온 한국국토정보공사가 LX그룹 출범 후 회사를 상대로 가처분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정보공사는 정부로부터 지식 사업과 국가공간정보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옛 명칭은 대한지적공사다. 2012년 지금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국토정보공사는 300억원가량을 투입해 LX 브랜드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신설 지주회사가 LX 사명을 쓰면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권리가 침해당하고, 사업 활동도 방해받는다고 강변한다. 김정렬 국토정보공사 사장은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국제 사회에선 국토정보공사가 LX홀딩스의 자회사로 인식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엔 ㈜LG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했다.

과연 그럴까. 우선 LG 신설 지주사와 국토정보공사의 LX 브랜드 이미지 및 로고에선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국토정보공사가 2012년 사명을 바꾸기 전에도 LX라는 상표권은 존재했다. 대부분 영세업체나 개인이다. 국토정보공사 논리대로라면 공공기관이 영세업체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국토정보공사는 “LG 신설 지주사는 다른 곳과 달리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라고 해명했다. 궁색한 논리다. 해외에선 루이비통 말레띠에 등 LX를 사명으로 쓰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이런 기업들도 국토정보공사의 권리를 침해한 것일까.

국토정보공사는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이 동일 상표를 쓰면 국민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많다. 전력거래소는 2002년부터 영문 약칭으로 KPX를 쓰고 있다. KPX홀딩스, KPX케미칼, KPX개발 등 KPX 상표를 사용하고 있는 민간 기업도 많다. 같은 영문 약칭을 쓰는 공공기관도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수협의 영문 약칭은 모두 SH다. 각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이 전혀 다르다보니 국민 혼선이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작기 때문이다.

10년간 LX 브랜드 구축에 힘써온 국토정보공사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다만 LX 상표권은 국토정보공사의 독점 권리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독점 권리를 운운하면서 민간 기업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건 공공기관의 또 다른 ‘갑질’로 볼 수밖에 없다.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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