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해운 경쟁력, ESG 경영에 달렸다

입력 2021-04-28 17:04   수정 2021-04-29 00:05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 경영은 재무성과를 개선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환경문제를 포함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됐고,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이제는 ESG 등급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ESG는 특히 해운기업에 더 요구된다. ESG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경문제로, 해운기업들이 환경친화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해운이 환경 이슈에 민감한 것은 선박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자동차, 철도 등 육상 교통수단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2030년과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각각 40%, 70%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IMO의 지침은 권고사항이 아니라 일종의 강제사항이다.

이미 해운시장에서는 자발적인 환경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운사들이 선박 구입·발주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시장에서 탄소배출 개선과 연관해 금융을 제공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선박금융을 많이 취급하는 24개 국제은행이 ‘포세이돈 원칙’에 서명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프로젝트와 해운사에 우선적으로 좋은 조건의 녹색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2020년 친환경 선박에 대출된 금액은 1500억원으로 글로벌 선박금융의 30%를 차지한다. 국제자본시장에서도 녹색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해운사들은 기존 선박을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등으로 교체하거나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등 탄소저감 선박으로 바꾸고 있다.

해운기업에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 역시 중요한 요소다.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노동력의 다양성, 안전, 공급망 관리, 소비자 친화정책 등 기업들이 사회에 선한 영향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수에즈 운하에 일본 선박이 좌초해 한동안 세계 물류 공급망이 타격을 입은 사례에서 보듯이 해운업의 사회적 책임은 다른 산업에 비해 작지 않다.

지배구조 이슈가 해운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해운에서 민첩성은 중요한 요소로, 그동안은 소규모 가족으로 운영되는 사업이 민첩하게 의사결정을 한다고 여겨졌다. 선복량 1위인 그리스의 해운사는 상당수가 가족 기업이다. 그러나 이제 해운사들은 탈탄소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보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와 관련해 향후 해운 부문에서 더 많은 인수합병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국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주의 62%가 5년 내 혁신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합작법인 결성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해운산업에서 ESG 경영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해운 기업들은 ESG 경영을 남의 일로 생각하는 듯하다. 사내 ESG 경영 전담조직을 설치한 사례가 없고, 녹색대출이나 녹색채권 발행 또는 지속가능성 연계 차입 사례도 본 적이 없다.

우리 해운사들은 경기 호황 시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지 못해 불황이 닥칠 때 크게 어려움을 겪곤 했다. 한진해운 파산의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진해운이 재무리스크로 인한 실패였다면 앞으로는 ESG 경영 실패가 기업 생존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해운 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ESG 경영의 조속하고도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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