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기부하고도 '탐욕'으로 비칠까 두렵다는 삼성

입력 2021-05-02 17:39   수정 2021-05-03 01:12

“지금 유족들이 두려워하는 건 ‘탐욕스럽다’는 말을 듣는 것입니다.”

최근 만난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족 간 갈등은 없었냐는 질문에도 “가족 간 이견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에 대한 가족 간 합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지분 20.76% 가운데 절반을 이재용 부회장이 물려받게 됐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51%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개인 1대 주주에 오름으로써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유족들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어져 온 국민의 질시와 정치권의 공격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다고도 전했다. 이 부회장이 두 차례나 구속된 점은 유족들의 고통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 같은 고통은 삼성가(家)가 자초한 결과라는 일부 여론도 있지만 최근 들어선 삼성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사슬에서 삼성이 뒤처지게 되면 한국 경제가 휘청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신 확보에 삼성이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예전 기업인들이 나서 난제를 해결하던 기억 때문이다. 이 회장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여수엑스포 유치가 대표적이다.

12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원칙에 따라 납부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경우다.

상속세 발표 내용에 포함됐던 △소아암과 희귀병 치료에 1조원 지원 △시가로 최대 10조원이 넘는 미술품 기증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사례다. 전문가들은 미국 록펠러가의 미술·의학연구소 등에 대한 지원과 이번 기부를 비교하기도 한다.

유족들이 ‘절세 없는 상속’을 선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 미술계 인사는 올해 초 이 회장의 미술품 감정에 참여하면서 유족들의 마음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회 환원도 절세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미술품의 시장 가치를 안다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며 “국민이 갖게 될 문화적 자부심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적 기여”라고 했다.

한 기업인은 “수조원을 기부하고도 세간의 비난을 우려하는 삼성가 사람들의 모습에 심정이 착잡하다”며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특혜를 받아서도 안되지만 그들이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한 바를 무시했을 때 다른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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