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님, 식사하셨어요?"…사내 호칭 '님'으로 통일

입력 2021-05-05 15:25   수정 2021-05-05 15:27


신한카드 임직원은 임영진 사장을 ‘사장님’이 아니라 ‘영진님’이라고 부른다. 신한카드의 수평적 조직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한카드는 최근 모든 사내 호칭을 ‘OO님’으로 통일했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임원, 부서장 등의 직책명을 없애고 ‘님’ 호칭으로 바꿨다. 신용카드업계 최초의 시도다. 금융권 전체로 확대하더라도 파격적인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부서장 이하 직급에선 이미 작년부터 님 호칭 문화가 시행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 거버넌스’의 중심에 직원들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님 호칭으로 대표되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한 것이다. 1년간 시행한 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자기진단 결과에서 님 호칭 문화에 대해 약 92%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직급에 관계없이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정착됐다는 얘기다.

이번에 님 호칭 문화가 확대된 데는 임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성원의 다양한 개성과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디지털 경쟁력 확보의 지름길이라는 판단에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런 변화는 오는 8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을 앞두고 사내 혁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도 수평적 조직문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ESG 평가지표인 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DJSI)에 따르면 인적 자원 개발과 인재 확보·유지, 기업시민정신, 안전 등 인재와 조직문화 관련 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신한카드는 이번 님 호칭 도입도 신한카드만의 차별화된 ESG 포트폴리오로 재구성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이외에도 스마트워크플레이스(Smart work place) 확대와 자율좌석제 도입 등 다양한 시도를 병행하고 있다. 스마트워크플레이스란 서울 본사 직원들이 장소 제약 없이 지방에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만든 업무공간이다. 가령 부산에 가족이 있는 주말부부 본사 직원은 굳이 서울에 올라오지 않고 부산에 있는 스마트워크플레이스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메신저나 메일, 화상회의 등을 활용해 원격으로 근무하면 된다.

신한카드는 부산과 대전, 대구, 제주 등 네 곳에 스마트워크플레이스를 운영 중이다. 올 하반기 수도권 세 곳에 스마트워크플레이스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임직원이 서로 신뢰하고 인정해줘야만 다른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 임직원이 일하는 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율좌석제도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조직이나 팀 구분 없이 사무실을 하나의 업무공간으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2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일과 사람, 사무 환경 중심의 미래지향적 과제를 고민해 왔다. 그 결과 이번에 님 호칭 문화와 자율좌석제 등을 선보일 수 있었다는 게 신한카드 측 설명이다.

임 사장은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본격화하는 디지털 금융 시대에 직책명까지 없앤 것은 속도감 있는 과업 수행을 지원하고 상호 존중 기반의 수평적 소통을 위한 것”이라며 “일류 조직문화 구축과 더불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궁극적으로 더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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