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공유로 '백신 외교' 나선 바이든…WTO 합의, 화이자·모더나 반대가 변수

입력 2021-05-06 15:32   수정 2021-06-05 00:04


미국 정부가 제약회사의 코로나19 백신 특허 포기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백신 외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저개발국이 백신난을 겪는 상황에서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 미국 제약사의 백신을 미국 등 선진국이 독식하다시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특허 포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백신 생산과 공급을 늘리기까지는 ‘첩첩산중’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장 1차 관문은 세계무역기구(WTO)다. 백신 특허는 WTO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협정(TRIPS)의 보호를 받는다. 특허 포기를 위해선 관련국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WTO 결정은 대부분 컨센서스(합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국의 발언권이 세긴 하지만 다른 나라가 강력 반대하면 합의가 쉽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미국의 지재권 포기 지지가 WTO(회원국의) 승인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 영국, 스위스, 일본, 브라질 등은 지재권 포기에 반대해왔다고 전했다.

백신 지재권 포기는 개발도상국이 꾸준히 요구해왔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시적으로 백신 특허를 포기해 다른 나라들이 마음껏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미국 발표 후 EU와 중국은 백신 특허 포기를 위한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WTO에서 특허 포기를 위한 국제 합의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사들의 반발도 변수다. 화이자 등이 속한 국제제약협회연맹은 성명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에 신속하고 공평하게 나누자는 목표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지재권 포기에는 “틀린 해법”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무역장벽 제거, 공급망 병목 현상 및 백신 원료 부족 해소, 빈국과 백신을 나누려는 부국의 의지가 해법이라고 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도 특허 공유를 한다고 해서 백신 생산이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WSJ는 ‘바이든의 백신 특허 도둑질’이란 사설에서 “다른 정부가 (특허를) 훔치는 걸 백악관이 돕는다면 누가 미래의 치료제에 투자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또 “모더나나 화이자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같이 돌파구를 마련한 혁신적 지재권은 한 번 도난당하면 되돌릴 수 없다”며 “유럽 국가들은 끔찍한 전례를 알기 때문에 지재권 포기에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특허를 포기하면 신기술을 중국과 러시아에 넘겨주게 될 것이란 의견을 미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재권 포기가 이뤄져도 각국이 백신 생산 노하우와 기술, 시설 등을 갖출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특허 포기가 아니라 제약사들이 특허료를 받고 기술 이전을 통해 라이선스 생산을 늘리는 게 현실적이란 시각도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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