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꼬여가는 코로나 백신 특허 논의

입력 2021-05-09 18:19   수정 2021-05-10 02:41

“미국 댈러스 여행하고 코로나19 백신도 맞으세요.”

한 멕시코 여행사의 관광상품 홍보 문구다. 텍사스주 댈러스의 관광 명소를 둘러보고 현지에서 코로나19 백신도 맞는 일정이다. 이 상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멕시코에서 출발해 미국 주요 국제공항에 도착한 여객수는 전달(17만7000명)보다 16.9% 증가한 20만7000명이었다. 지난 2월(9만5000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미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선 도시는 댈러스뿐만이 아니다. 텍사스주 휴스턴,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등지에 해외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태국인들은 주로 캘리포니아주로, 캐나다인들은 미 북부지역을 선호하고 있다. 뉴욕시 또한 외국인에게 무료로 백신을 접종해주는 관광 상품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미국이 얼마나 충분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인구의 34%에 달한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성인의 70%가 백신을 한 번은 맞게 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로서는 ‘딴세상’ 얘기다. “미국이 쌓아 둔 백신을 다른 나라와도 나눠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진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미국은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유예하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이다. 백신 개발사들이 특허권 행사를 포기하고 다른 국가의 복제약 생산을 허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아프리카, 러시아, 브라질 등은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유럽과 백신 개발사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논의는 꼬여가고 있다. 문제는 지재권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우선 기술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백신 제조에 나설 경우 불량 백신이 유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맛집’의 조리법을 확보했다고 해서 누구나 그와 똑같은 맛을 낼 수 없다는 의미다. 오히려 백신 원료 쟁탈전이 벌어져 공급망이 마비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들은 차라리 미국이 백신 수출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푸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양쪽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계’의 초침은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인도에서는 나흘 연속 하루 확진자가 40만 명대를 넘어섰다. 세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329만 명을 돌파했다. 164개국 중 절반가량은 백신 접종률(1회 기준)이 5%를 밑돌고 있다. 세계 각국이 하루빨리 백신 물량 부족과 품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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