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지난 20년간 유지된 ‘글로벌 공급망’이 변곡점을 맞았다. 각 국가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세계화’ 시대에서 국가 간 갈등, 코로나19, 자연재해 등으로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대비해 자체 공급망을 갖추는 ‘지역화’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로 자동차 공장 등이 잇따라 원치 않는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자국 내 반도체산업을 키우려는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낙수효과를 누리게 됐다.
시스템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 업체들은 이미 잇따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만 TSMC는 최근 3년간 10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지난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1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발맞춰 미국에서 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설비 투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반도체 장비주가 다시 들썩이고 있는 배경이다. 20일 주요 반도체 장비주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4.42%), 램리서치(LRCX·4.07%), ASML(ASML·2.85%), KLA(KLAC·3.10%) 등이 급등했다.
반도체 증착장비 세계 1위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시가총액은 135조원이다. SK하이닉스(89조원), 마이크론(MU·102조원)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회로의 패턴 중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만드는 램리서치의 시가총액도 101조원에 달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비메모리 반도체 쇼티지가 지속되는 데다 글로벌 밸류 체인이 세계화에서 지역화 기조로 변하면서 과거에 비해 과잉 투자를 허용하는 상황이 됐고, 이는 장비주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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