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손대니…OECD 평균보다 갑자기 좋아진 韓 분배지표

입력 2021-06-06 17:23   수정 2021-06-07 01:41

정부의 통계 변경으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불평등한 국가에서 평등한 국가로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분배 개선을 위해 복지정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 정부 들어 진행된 통계 개편으로 오히려 분배 상황이 양호한 국가로 분석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6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의 가계동향조사 개편 전후의 소득 지니계수를 분석한 결과 2019년 지니계수가 0.325에서 0.300으로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개편 전후의 가계동향조사 원자료를 통해 통계청장 출신인 유 의원이 직접 계산한 것이다.

지니계수는 소득의 불평등도를 계산하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의 통계 변경 전 수치인 0.325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미국(0.390), 스페인(0.330) 등 주요 선진국보다는 낮지만 OECD 평균(0.316)보다 높아 OECD 국가 중 불평등한 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통계 개편 후 지니계수는 OECD 평균치뿐 아니라 분배 우수 국가로 알려진 프랑스(0.301)보다도 낮아지게 된다.

또 다른 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은 통계 개편 전 6.04배에서 개편 후 5.57배로 하락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눠 도출하는 통계로 배율이 낮을수록 분배가 양호한 것으로 본다. OECD 평균치인 5.40배에 비해서는 둘 다 높았지만 통계 개편 전후로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5.93배)보다 불평등한 국가에서 평등한 국가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구의 소득·지출 수준과 소득 분배 상황 등을 조사하는 통계다. 정부는 2018년 130억원을 투입해 통계 조사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조사 대상 가구와 소득 분포를 모두 변경하면서 기존 통계와는 완전히 다른 통계가 생성됐다. 2019년에만 두 가지 방식으로 병행 조사하며 이 같은 두 종류의 통계치가 나왔다.

정작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연간 통계는 따로 있다. 매년 한 번씩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다. 이 조사의 수치는 가계동향조사와 또 다르다.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발표된 2019년 지니계수는 0.339, 5분위 배율은 6.25배로 모두 가계동향조사보다 불평등한 것으로 계산된다.

통계 변경으로 인해 세 가지 종류의 통계치가 생성되면서 정부의 정책적 판단 근거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계금융복지조사나 변경 전 가계동향조사의 분배지표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은 OECD 평균보다 불평등한 국가이며, 분배 개선을 위해 복지정책을 펼쳐야 할 국가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변경 후의 지표를 보면 OECD 평균보다 평등한 국가여서 양극화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유 의원은 “양극화가 심하지 않다면 성장을 더 추구해 파이를 키우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관심이 분배에서 다시 성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분배 상황을 두고 엇갈린 언급을 한 것도 이같이 수시로 바뀌는 통계로 인한 혼란이 왔기 때문이라는 게 유 의원의 지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해 분배 상황이 어려웠다고 발언했지만 홍 부총리는 분배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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