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부모가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시가 2000만원의 상장주식을 증여했다면 이 주식이 1년 후에 3000만원으로 가치가 불어났더라도 증여세 과세 대상은 증여 당시 주식 가치인 2000만원으로 한정된다. 미성년자에게 증여된 재산은 10년 이내 최대 2000만원까지 과세 대상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증여세는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다.
반면 현금 3000만원을 바로 자녀 명의 통장에 송금하면 2000만원을 공제받고 남은 1000만원에 대해 증여세율 10%가 적용된다. 주식을 증여했을 때와 비교해 100만원의 추가 세금 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차명계좌인지 여부는 거래 빈도뿐만 아니라 계좌 개설 사유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이 거래하면 차명계좌로 보는지 정확한 기준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상장주식 증여 신고기한은 증여일이 속한 달 말일로부터 3개월이다. 강민정 세무법인 예인 세무사는 “자녀에게 주식을 줬다는 사실만으로는 증여가 인정되지 않고 차명거래로 볼 여지가 있다”며 “증여했다는 신고를 반드시 해두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부모의 활발한 주식 거래로 가치가 불어난 미신고 증여 주식을 자녀가 현금화해서 썼을 때는 문제가 더 커진다. ‘부모가 자녀의 계좌 자금을 운용·관리했다’고 인정될 경우 자녀는 자신이 ‘사용한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시가 2000만원의 주식을 증여한 이후 증여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적극적으로 운용한 결과 주식 가치가 5년 뒤 2억원이 됐다고 가정하자. 이때 자녀가 주식을 현금화해 2억원을 사용한 경우 대법원 판례를 적용하면 당초 증여받은 2000만원이 아니라 2억원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된다. 특히 증여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 ‘신고 불성실 가산세’가 20% 할증돼 부과될 수 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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