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 1세대’로 맏형 역할을 해온 성영철 제넥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대표이사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본업이던 연구개발(R&D) 현장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다. 아직 해외에서도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한 DNA 방식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다.
성 회장은 포스텍 교수 출신으로 국내 바이오벤처 창업 붐을 이끈 선구자로 꼽힌다. 1999년 ‘유전자(gene)’와 ‘백신(vaccine)’에서 이름을 따 제넥신을 세우고 200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시가총액 2조원 회사로 키워냈다. 하지만 창업 22년에 접어들었지만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신약을 내놓지 못한 것을 ‘아킬레스 건’으로 여겨왔다.
성 회장의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백신으로 제대로 된 성과물을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제넥신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GX-19N’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임상 2·3상 승인을 받았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임상 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성 회장은 2015년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CTO를 맡았다. 평소에도 R&D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게 회사 안팎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진행 중인 임상 3상 2개를 포함해 모두 24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산총액 5000억원, 투자 자산 9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전문경영인 체제 수립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바이오 붐을 이끌던 1세대 창업자들은 “경영에서 물러나라”는 주주들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2019년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 임상 3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 뒤 고위험 투자 펀드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주주에게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인 강스템바이오텍은 창업자인 강경선 회장이 2017년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일부 파이프라인의 신약 개발 추진으로는 더 이상 투자자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며 “상장 10년차가 지난 기업들은 경영 효율성과 연구 역량 제고를 같이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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