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줄고 증여만 늘었는데…洪 "다주택 양도세 완화 계획 없어" [정의진의 경제야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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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9-21 22:00   수정 2021-09-22 15:12

매물 줄고 증여만 늘었는데…洪 "다주택 양도세 완화 계획 없어" [정의진의 경제야놀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완화할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지난 1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서 한 발언입니다. 이 발언을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과 실수요자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집값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稅) 부담, 특히 과도한 양도세가 지목돼왔는데, 경제수장이 공개적으로 정책 기조를 바꿀 의향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현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최고 세율은 75%(지방소득세 포함시 82.5%)입니다. 올 5월까지는 65%(지방소득세 포함시 71.5%)였지만,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7·10 부동산대책이 올 6월 시행되면서 양도세가 대폭 올랐습니다. 이후 양도세 부담이 너무 큰 나머지 '세금 무서워 집 못팔겠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왔습니다. 다주택자가 소유한 매물이 시장에 풀리지 않아 집값이 되레 오를 것이란 우려도 커졌죠.


홍 부총리가 이 같은 시장의 비판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홍 부총리는 어떤 근거로 현행 양도세율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홍 부총리는 대정부 질문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완화해주면 주택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완화 효과가 굉장히 불확실하다는 것이 저희의 일반적 평가입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낮춰봤자 공급 증가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홍 부총리의 이 발언은 과연 타당한 주장일까요.

전문가들은 양도세를 낮춰도 공급이 늘지 않을 것이란 홍 부총리의 발언이 '객관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억측'이라고 비판합니다. 주택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시장에서 일종의 '거래비용'인데, 공급자가 지불해야 하는 거래비용이 높으면 공급이 감소하고, 거래비용이 낮으면 공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양도세를 높이면 세금을 두려워한 다주택자의 부동산 매물이 시장에 풀려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매물은 줄어들고 집값은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거래비용을 낮춰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는 사실은 이미 부동산 교과서에 다 나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된 6월 이후 수도권 매물은 급감하고 집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4240건으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되기 직전인 5월(5090건)에 비해 16.7% 감소했습니다.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도 전이었던 지난해 6월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1만1106건이었습니다. 1년 사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61.8%나 감소한 것입니다.

가격은 얼마나 뛰었는지 확인해볼까요.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66% 올랐습니다. 작년 9월(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죠.

집값 상승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매주, 매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 수도권 주택가격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1.88%를 기록하며 2006년 12월 이후 14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같은 기간 1.5%였습니다. 역시 2006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죠.

물론 이 같은 역대급 집값 상승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때문만은 아닙니다. 주택 공급 감소와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 전월세신고제)으로 인한 전월세 시장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다만 여러 원인 중 하나인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역시 집값 급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최고 82.5%의 양도세율을 부담하기 무서워하는 다주택자들은 정부가 유도하는 매매 대신 증여를 택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1698건으로, 1개월 전 1261건에 비해 34.7% 증가했습니다. 특히 이 기간 서울 송파구에서의 증여 건수는 82건에서 629건으로 7.7배나 늘어났죠.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더라도 결과가 나쁘면 결코 선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매물이 시장에 풀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최소 3년간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세율을 대폭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작년 7월에 양도세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해놓고 올해 5월까지 유예 기간을 준 점에 대해선 "거래 기간이 길고 복잡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짧은 기간이었다"는 게 오 교수의 지적입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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