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다른 부처와 정보 공유 않는 기재부

입력 2021-10-19 17:27   수정 2021-10-20 01:27

“아무리 물어봐도 기획재정부에서는 답이 없어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만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세 협상 결과와 관련해 답답함을 나타냈다. 정부 관계자가 다른 부처 업무 문제를 기자에게 적극적으로 토로하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다. 하지만 외교부 등에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협상 과정의 폐쇄성이 문제였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중요한 사안을 놓고 다자간 협의를 할 때는 협의 단계마다 다른 정부 부처와 정보를 공유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시도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협상의 세부 내용이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무 부처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보 공유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폐쇄성은 실제로 여러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기업이 해당 국가에 생산·판매법인이 없더라도 매출 규모에 따라 법인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디지털세(필러1)가 대표적이다. ‘빅테크’라 불리는 글로벌 정보기술(IT) 플랫폼을 겨냥한 법안이지만 엉뚱하게 제조업으로 불똥이 튀며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상이 됐다. 그 와중에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이 강점을 지닌 금융 및 에너지 관련 산업은 제외됐다. 경제 규모에 비해 글로벌 기업이 적고 기업 이익률이 낮은 중국에는 대상 기업이 없을 전망이다. 협상 과정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한국 산업계의 우려를 취합하지 않았고, 이는 비슷한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과 연합할 기회도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협상 관련 정보의 부족은 기업의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진다. 해외에서 15%보다 낮은 법인세를 내고 있는 기업이 그 차액을 본국에 납부하는 글로벌 최저한세(필러2) 도입에 따라 개별 기업의 세부담이 늘어날 예정인 가운데 기재부는 구체적인 세부담 증가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수천억원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필러1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 등이 각국 조세 대응체계 개선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중간재에 해당하는 반도체의 최종 매출 지역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나라별로 내야 할 세금이 달라지지만 정부로부터 관련 정보 공유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디지털세는 올해 2월 논의가 본격 시작된 지 8개월 만에 사실상 타결됐고 2023년 시행된다. 전례 없이 빠른 결과가 도출된 이면에는 한국 기업들의 의견 반영이 쉽지 않았던 것도 있다. 기재부의 비밀주의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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