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빵 에티튜드 - 박시하(1972~)

입력 2021-12-05 18:16   수정 2021-12-06 01:32

바스락거리는 봉지 안에 크림빵이 세개 들어 있다

빵은 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랑이 오던 순간처럼
빵은 영원하다
그 하얀 몸에 투신해서
녹아 사라지려고

밤마다 울며
빵 봉지를 들고 서 있다

시집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문학동네) 中

흰 눈이 세상을 덮으면 어떤 거리도 비슷한 거리 같고 어떤 사랑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빵 냄새가 거리를 가득 채우듯이 하얀 것으로 제 속을 가득 채우며 커지는 사랑이란 얼마나 달고 차가울까요. 가끔은 사랑을 수식하는 슬픔도 식어가는 빵처럼 가만히 두세요. 바스락거리는 봉지 안에 담긴 빵처럼 두세요. 허기를 채우기에 적당한 크기로 슬픔을 조금씩 떼어 먹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빵은 충분히 영원할 거예요.

이서하 시인(2016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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