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1개 성·시 중 하나인 광둥성이 2020년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장쑤성이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3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광둥성과 장쑤성이 지난해 GDP 10조위안(약 187조원)을 돌파했다. 광둥성은 12조4369억위안, 장쑤성은 11조6364억위안을 기록했다. 이 두 성의 성장률은 각각 8%와 8.6%로 나타났다. 작년 중국 전체 성장률은 8.1%였다.
현재 환율(1위안 당 187원)을 대입해 환산하면 광둥성의 GDP는 2020년 2071조원에서 지난해 2325조원으로 커졌다. 장쑤성은 같은 기간 1920조원에서 2176조원으로 불어났다.
한국의 GDP는 2020년 1933조원이었다. 2021년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정부의 성장률 예상치인 4%를 대입하면 2010조원이 된다. 2020년 처음으로 광둥성이 한국 전체를 역전한 데 이어 작년에 장쑤성도 한국의 경제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광둥성은 1980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 전체 지방정부에서 GDP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제조업 허브다. 성 전체 인구는 1억2600만명에 달한다. 성도인 광저우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에 각각 1700만명, 전자부품 기지가 집결돼 있는 둥관에 1050만명 등이 분포돼 있다. 특별행정구인 홍콩과 마카오도 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광둥성의 제조업 기반과 홍콩의 금융, 마카오의 서비스를 융합하는 '웨강아오(광둥·홍콩·마카오)' 경제권을 구축해 미국의 캘리포니아를 뛰어넘는다는 계획이다.
장쑤성은 중국 화학산업의 중심지이자 외국인 투자가 몰리는 지역이다. 난징에 LG화학의 배터리, 우시에 SK하이닉스 반도체, 쑤저우에 포스코 스테인리스스틸 공장이 들어서 있다. 인구는 8500만명에 달한다. 중국 매체들은 광둥성과 장쑤성이 세계 10위인 한국과 11위 러시아를 제쳤으며 9위 캐나다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는 '겹경사'를 달성했다는 기사를 연일 내놓고 있다.
광둥성의 인구는 한국의 3배, 장쑤성도 2배 이상이어서 1인당 GDP는 아직 한국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위안화 강세로 중국의 GDP가 상대적으로 커진 효과도 있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일찍 전년 GDP를 발표하는 중국은 연말에 확정치를 낼 때 0.1%포인트가량 낮추는 경우도 많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인구와 성장세를 감안할 때 일부 성의 GDP가 한국을 넘어서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한국은 질적 발전에 더욱 매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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