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지하차도 잠겨 시민 다치면 시장 처벌"

입력 2022-01-26 17:37   수정 2022-01-27 00:45

한여름 쏟아진 집중호우로 A시의 지하차도를 통과하던 차량 10대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운전자 등 시민 20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때 A시의 시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을까. 현장 감식으로 지하차도 내 배수로 설계와 관리가 미흡했던 사실이 밝혀지면 그는 입건 대상이 된다.

26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최근 이 같은 가상의 사례를 담은 ‘중대재해처벌 수사 가이드북’을 전국 시도경찰청에 배포했다.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경찰이 중대시민재해 사건 수사를 맡게 되면서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대중교통수단에서 발생한 결함으로 불특정 시민이 다친 재해를 뜻한다.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면 실질적으로 해당 시설을 지배·운영·관리하는 부처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이 처벌받는다.

경찰의 수사 가이드북을 보면 중대시민재해 수사는 크게 세 절차로 이뤄진다. 우선 해당 사고가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지 검토한다. 이후 지자체장 등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조사해 입건 여부를 정한다.

입건 뒤에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지자체장의 과실과 사고 사이의 인과 관계를 따진다. 지자체장이 안전·보건 관리를 소홀히 해서 사고가 난 것으로 혐의가 인정되면 사건은 검찰로 송치된다.

경찰이 가정한 A시의 경우 공중이용시설인 지하차도에서 설계 및 관리 결함으로 사망자가 한 명 이상 발생한 사고여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된다. 위 사례를 두고 경찰은 “여름철 강수량 증가는 예상 가능하기 때문에 지하차도 안전 점검을 충실하게 했다면 재해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A시의 시장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에 고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시 시장에 대한 처벌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지하철 운행 중 인명사고가 났거나 집단 식중독과 같은 음식물 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도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받아온 산업재해와 달리 시민재해는 참고할 판례가 드물어 많은 일선 공무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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