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사청문회에 지역구 민원 밀어넣은 의원들

입력 2022-05-03 17:27   수정 2022-05-04 00:11

“전북도민의 숙원 사업인 남원 공공의대 설립과 서부내륙고속도로 2단계 조기 착공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시한 지역 사업에서 빠진 이유가 뭔가.”(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추경에서 다룰 수 있나.”(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회의에서 나올 법한 요청이지만, 놀랍게도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등장한 발언이다. 대부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저성장 대응 방안, 코로나19 보상을 위한 추경, 부동산 세제 개편 등 경제 현안이나 추 후보자의 철학에 대해 질의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은 이 와중에 ‘민원 본색’을 드러냈다. 전북 익산이 지역구인 김수흥 의원이 시작이었다. 그는 오전 1차 질의를 할 때만 해도 코로나19 손실보상 재원 마련 대책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오후 보충 질의 시간이 되자 난데없이 남원 공공의대 설립을 질의했다. “보시고 챙겨달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부산 부산진갑을 지역구로 둔 서병수 의원은 추가 예산 배정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2030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유치 열기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며 “유치위원회의 2022년 사업 예산은 142억원으로 부산시가 배정한 170억원보다 30억원가량 적다”고 말했다. 추경에 관련 예산을 반영할 수 있을지 묻기도 했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공항 주변 항공기 소음 대책이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며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 그의 지역구는 김포공항과 인접한 경기 김포갑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인천 중·강화·옹진)은 아예 자신의 지역구가 인천이고, 당에서 인천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질의를 시작했다. 인천에 배정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이 많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추 후보자는 의원들의 민원성 요구에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지만, 배석한 기재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참담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새 정부 첫 경제정책 수장을 검증하는 청문회를 민원 해결 창구로 활용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지적이었다. 한 고위 관료는 “청문회 질의와 답변이 여러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는데도 당당하게 지역구 민원을 얘기해 놀랐다”며 “지역구 민원을 공개적으로 꺼냈던 의원이 나중에 국정감사 땐 추 후보자를 꾸짖을 텐데, 코미디가 따로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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