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례적인 '역(逆)환율 전쟁' 외자유출 최대한 막아야 한다

입력 2022-06-26 17:21   수정 2022-06-27 07:43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맞서려는 각국의 노력이 눈물겹다. 특히 미국발(發) 금리 인상에 많은 나라가 동조하며 자국 통화가치를 유지하려는 새로운 유형의 통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등 국제 금융계에서는 ‘역(逆)환율 전쟁’이라는 말로 지금의 치열한 각자도생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나선 각국의 통화가치 방어전은 한마디로 미국 달러 강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과 자본 유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간 환율전쟁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일부러 하락시켜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경상수지를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와 반대 양상이다. 글로벌 공급망 이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에 대한 각국의 위기의식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미국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까지 불사하면서 최근 3개월 새 세계 55개국이 금리를 올렸다. 노르웨이와 멕시코 중앙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 0.75%포인트 올렸고, 미국 중앙은행(Fed)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음달 11년 만에 금리를 올릴 계획이다. 한국은행이 막대한 가계대출과 영세사업자들 빚을 보면서도 다섯 차례나 잇달아 금리를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승자가 없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우려 속에 빚어지는 역환율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장기 대립,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속화한 글로벌 공급망 훼손 자체가 WTO 체제의 개방 및 자유무역과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다. 하지만 어설픈 당위론이 먹혀들 국제 상황도 아닐뿐더러, 한국은 대단한 화해책이나 대안을 주도적으로 내놓을 처지도 못 된다.

급선무는 급격한 자본 유출을 최대한 막는 것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닐뿐더러 금리를 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셀코리아’를 막기 위한 가능한 조치부터 당국이 적극 검토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비관적 전망이 지나치고 시장의 공포감도 과도하다. 비이성적 위기감이 위기를 재촉하는 악순환을 차단해야 시장 붕괴를 막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시장보호책이 적지 않다. 한·미 통화스와프 복원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시·외환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이다. 올해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이 불발한 요인은 무엇인가. 6월 증시에서 코스닥과 코스피지수가 하락률 세계 1, 2위를 차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살펴볼 때다. 위기의 증시는 노동·연금·공공·교육 등 절실한 구조개혁이 늦어지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그런 개혁 위에서 반도체 등 세계 선도산업의 초격차 전략을 외국인이 믿고 투자할 정도로 세워야 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도 공포 분위기를 증폭시키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개인투자자 또한 지나친 단기 관점에서 벗어나야 나중에라도 “또 개미만 털렸다”는 한탄과 냉소를 면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Fed의 위기의식이 커지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을 크게 내려 잡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속도를 낼수록 한국의 금리 인상 압박도 커질 것이다. 역환율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본 유출 방지 대책을 정부가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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