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외화 송금' 7조 아닌 8.5조…수사 불가피

입력 2022-08-14 17:19   수정 2022-08-22 15:35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시중은행을 거쳐 해외로 빠져나간 ‘이상 외화 송금’ 규모가 8조5000억원(65억4000만달러)대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추산치(53억7000만달러)를 크게 넘어선다. 앞으로 이상 거래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상당액이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는 자금세탁에 연루됐을 공산이 있는 데다 최근 송금과 관련된 업체 직원들이 구속됨에 따라 금감원과 수사당국의 대대적인 검사 및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기준 전체 은행권의 외화 송금 의심 거래 규모가 65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대규모 ‘수상한 자금 흐름’이 발견되자 금감원은 지난달 모든 은행에 비정상적인 외환거래 점검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당시 총 7조원 규모 거래에 대한 집중 점검을 지시했다면서 “점검 대상 거래 중에선 정상적인 상거래에 따른 송금으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이상 거래 금액이 보고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신한은행 검사는 오는 19일 완료하고 다른 은행에 대해선 추가 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감원이 현장 검사 등에 본격 착수하면 더 많은 이상 거래가 적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6월 각각 7억달러와 13억2000만달러 수준의 이상 송금을 금감원에 최초 신고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직접 조사에 뛰어든 결과 이상 거래 규모가 우리은행 13억1000만달러, 신한은행 20억8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이상 거래에 연루된 업체도 당초 8곳에서 26곳으로 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상 거래 대부분이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이 다수의 개인과 법인을 거쳐 무역법인 계좌로 모인 뒤 수입대금 지급 명목으로 홍콩 일본 미국 등 해외로 송금되는 형태를 띠었다. 암호화폐거래소에서 흘러들어온 자금과 일반적인 상거래를 통해 유입된 돈이 섞여서 해외로 보내진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검찰 관세청 등과도 긴밀한 공조체계를 갖추고 있다. 대구지방검찰청 반부패부는 지난 11일 허위 증빙자료를 은행에 제출해 4000억원 상당의 외화를 국외로 송금한 유령법인 관계자 3명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도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환치기 검사 관할 기관인 관세청도 금감원 자료를 공유하고 있으며 국가정보원도 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렇게 해외로 빼돌려진 돈이 범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들도 대규모 제재 등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시중은행 지점에서 수천억원대 외화 송금을 승인해준 업체 대부분이 페이퍼컴퍼니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은행의 관리 소홀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금융회사들이) 단기 이익을 위해 씨감자까지 삶아 먹는 지경”이라며 “(외환거래 문제와 관련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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