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트진로가 연일 52주 최저가를 새로 쓰자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류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원가 상승까지 겹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대비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13.89% 떨어졌다. 지난 27일에는장중 2만11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기존 최저가는 지난 24일 기록한 2만1200원이었다. 지난해 5월 3일 기록한 고점(3만8650원)에 비해 현재 주가(2만2000원)는 57% 수준이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하이트진로를 700억원가까이 순매수했다. 특히 이달 들어 개인은 이틀(2·17일)빼고 매일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순매도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하이트진로의 주가가 부진한 배경엔 저조한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하이트진로의 매출액은 60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7%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61.2% 감소한 131억원에 그쳤다. 회사 측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비, 희망퇴직으로 인한 퇴직금 등 일시적인 요인에 의해 영업익이 줄었다"며 "광고비는 전년에 비해 큰 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시장 점유율이 주류업체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가격 인상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해외 판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내수 시장의 점유율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물량은 전년 대비 1%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소주 물량도 3%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주류 생산 원가는 오르는데, 판매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점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하이트진로를 포함한 주류주는 가격 인상 기대감에 강세를 보였지만 정부가 주류 가격을 통제하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하이트진로는 "당분간 소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가격 인상 요인은 존재하지만 쉽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려 결정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쳐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급변하는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되 비효율을 제고하고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실천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하이트진로의 영업익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지난 1월 하이트진로는 '새로'에 대항해 설탕을 뺀 '제로 슈거' 제품으로 진로를 리뉴얼했다. 맥주 신제품의 출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가 맥주 ‘테라’를 출시한 2019년에는 연간 맥주 매출이 전년 대비 700억원 증가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도 맥주 매출이 1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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